[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경영권을 둘러싼 롯데가(家) 갈등의 배후로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이 지목되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대변인을 자처하며 진위가 의심되는 발언을 쏟아내자 롯데그룹은 신 사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나섰다.
4일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는 "신선호 사장이 기자들이 많이 모인 앞에서 본인 의견을 계속 말하는 이유와 의도가 의심스럽다"면서 "신 사장이 (진위가 의심되는)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 법적 대응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롯데그룹 발전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룹 측이 '법적 대응'이라는 초강수를 고려하는 것은 신 사장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의도적으로 기자들 앞에서 언급하는 방법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갈등 당사자인 신동주 전 부회장을 공개적으로 적극 옹호하는 태도도 그룹 측은 문제삼고 있다. 사실상 갈등의 배후로 신 사장을 지목한 것이다.
전날 신 사장은 롯데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귀국 직후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찾았으나, 나가라는 호통과 함께 바로 쫓겨났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히 대답하지 못했으나, "신격호 회장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있었고, 화해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측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만났고, 평소와 같이 대화를 나누며 화해했다"고 공식발언한 직후다. 그러나 그룹의 확인결과, 신 회장 방문 당시 신 사장은 집무실에 함께 있지 않았다. 또한 부자가 대화를 나눴고 신 회장이 쫓겨나는 일 역시 없었다는 게 복수의 관계자 전언이다. 신선호 사장은 선친 신진수씨의 제사가 있었던 지난달 31일에도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불참했다고 전했지만,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이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사장의 발언에 일관성이 없고, 사실과 다른 경우도 많다"면서 "기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에 자꾸 나타나 작정한 듯 말을 하는 것도 그 의도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을 부추겨 이번 갈등을 조장한 것 역시 신 사장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육성 및 영상 공개로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가 양호하지 않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총괄회장 이외의 주도세력이 존재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집안 어른인 신선호 사장의 언행이 사태를 봉합하거나 형제를 화해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분열을 초래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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