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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추경, '스테로이드 주사'로 끝나면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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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추경, '스테로이드 주사'로 끝나면 안되는 이유 조영주 세종취재본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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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스테로이드 주사가 필요한 시기다. 그렇다고 스테로이드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효과를 최대한 살리되 근원적인 염증 치료를 함께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주사만 자꾸 맞게 되면 최악의 상황을 맞고 말 것이다." 고위 경제관료 A씨의 말이다. 그가 말한 스테로이드는 바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이다.


국회에서는 추경 편성을 위한 심의가 한창이다. 이번 추경 편성은 5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지속하는 등 한국 경제 부진이 원인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와 가뭄이 겹치면서 명분도 만들어졌다. 정부는 경기부양과 메르스ㆍ가뭄 피해 관련 예산 등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내놓았다. 여야가 정부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기부양의 필요성에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숙제들이 남았다. 추경은 그야말로 '궁여지책(窮餘之策)'이다.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정부안대로 편성된다면 9조6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46조8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국가채무는 579조5000억원으로 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37.5%를 차지하게 된다. 이런 속도면 1~2년 내에 GDP 대비 국가채무가 40%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눈먼 돈'이 생겨서는 안 된다. 추경을 위해 막대한 빚을 내는 만큼 가장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 추경안은 어느 때보다 서둘러 만들어졌다. 짧은 기간에 추경안을 만들면서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못한 사업들도 있다.

예컨대 추경을 통해 157억원 규모의 예산이 증액된 중소기업청년인턴제의 경우 기존 사업에서 불용액이 266억원에 이를 정도로 집행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구직자들이 보다 선호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고 프로그램도 더욱 내실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


'문화가 있는 날' 운영에 대한 지원이나 급하게 도입한 '1+1 티켓' 지원 등 공연산업 지원방안도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워 짜임새 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추경 사업 하나하나가 경기부양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잘못된 관행을 바꿔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매년 본예산을 편성할 때마다 정부가 내놓는 경제전망이 과도하게 낙관적이라는 점이다.


2014년도 본예산을 편성했던 2013년 당시 기획재정부는 경상성장률 6.5%, 실질성장률 3.9%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경상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은 각각 3.9%, 3.3%에 그쳤다. 지난해 성장률이 예상에 못 미치면서 생긴 세수부족 규모는 12조원에 가까웠다. 4분기에는 재정절벽 사태로 성장률이 0.3%로 곤두박질쳤다.


올해도 정부는 자체 성장률 전망치를 바탕으로 내년도 예산을 편성한다. 하지만 선진경제권에서 정부가 스스로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를 토대로 예산을 짜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은행이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신뢰할 만한 곳의 전망치를 활용하면 된다. 낙관적인 재정운용은 우리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구조개혁에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 잠재성장률은 겨우 3%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남의 일이 아님을 직감하게 된다. 초고령화 사회가 멀지 않았고, 생산가능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경이 '경기회복의 마중물' 기능을 제대로 하기 힘든 국면이 됐다.


스테로이드 주사 몇 방 맞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A씨가 말한 '염증치료'는 구조개혁과 이를 통한 경쟁력 확보다. 염증치료에도 타이밍이 있다. 타이밍을 놓치면 이번에 편성하는 추경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내년에 다시 추경을 편성해야 할지도 모른다.






조영주 세종취재본부팀장 yj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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