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城·이글루·비행기도 대여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세계 최대 숙박시설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체스키(33)는 참 독특한 인물이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소재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 출신인 그는 애초 산업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지금 매리엇 호텔의 시가총액보다 많은 255억달러(약 28조4650억원) 규모의 에어비앤비를 이끌고 있다.
체스키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아파트에 디자인 사무실을 차렸다. 그리고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 디자인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1만명 이상이 참석한 행사에서 묵을 숙소조차 정하지 못해 불평하는 참석자가 많았다. 호텔 방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방이 있어도 숙박비가 너무 비쌌다.
체스키는 비싼 아파트 임차료나 충당하자는 생각에서 컨퍼런스 참석자들에게 자기 방을 빌려줬다. 이렇게 해서 1주도 안 되는 사이 1000달러를 벌었다.
체스키는 '집을 잠시 비워야 하는 사람과 임시로 방이 필요한 수요자를 연결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민박 중개업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해서 2008년 에어비앤비가 탄생한 것이다.
에어비앤비란 필요할 때 공기를 넣어 사용했다 평소에 접어 보관하는 침대인 '에어베드(airbed)'와 '아침식사(breakfast)'가 결합돼 만들어진 이름이다.
대여 대상은 일반 주택에서 성(城)이나 대저택ㆍ이글루ㆍ섬ㆍ선박ㆍ자동차ㆍ비행기까지 다양화했다. 숙박료는 모바일로 바로 결제할 수 있다. 24시간 1대1 상담 서비스도 가능하다.
미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체스키가 초보 CEO지만 촘촘한 연결망을 잘 활용하는데다 회사도 빈틈없이 장악하고 있다고 평했다.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활동 중인 작가 닐로퍼 머천트는 "과거 거대 조직이 할 수 있었던 일을 요즘은 촘촘한 연결망만 잘 활용하면 개인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은 벤처캐피털업체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드 바이어스의 줄리엣 드 보비니 수석 파트너는 "지금처럼 창업자가 이끄는 기업을 전적으로 밀어주는 시대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드 보비니 파트너에 따르면 요즘 창업자들이 이끄는 기업은 가치가 높고 오래 가는 '보물'이 되곤 한다. 아마존ㆍ페이스북ㆍ구글이 좋은 예다.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 창업 후 오랫동안 비상장으로 머무는 기간이 늘고 있다. 이는 전례 없이 많은 개인 자금이 정보기술(IT) 신생 기업으로 흘러 들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로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웃도는 비상장 신생 기업, 다시 말해 '유니콘(unicorn)'이 날로 늘고 있다. 개인의 기업 소유 기회가 넓어지면서 상장 전 CEO들이 자기 역할을 확대해 나아갈 시간도 많아지고 있다.
요즘 영민한 젊은 CEO들은 연결망으로 전문가들과 손잡는 법을 안다. 전문가들은 젊은 CEO에게 번영의 길을 제시하곤 한다.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끈질긴 구애(?) 끝에 구글의 해외 부문 담당 셰릴 샌드버그 부사장을 2008년 3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한 게 좋은 예다.
체스키 CEO도 마찬가지다. 그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디즈니의 보브 아이거 CEO,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티엘을 여러 번 찾아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스키 CEO는 자기에게 가장 값진 조언을 던져준 이가 '창업사관학교'로 불리기도 하는 인큐베이터 업체 Y컴비네이터의 공동 창업자 폴 그레이엄이라고 털어놓았다.
체스키에 따르면 그레이엄은 "그냥 자네를 좋아하는 100만명보다 자네를 사랑하는 100명이 더 낫네"라고 조언했다. 이에 체스키 CEO는 폭풍성장보다 점진적인 성장을 택한 것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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