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유로그룹서 합의되면 12일 EU 정상회의 취소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그리스 사태가 중요한 한 고비를 넘겼다. 그리스 정부가 지난 9일(현지시간) 국제 채권단에 제출한 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한 것. 이로써 그리스는 채권단으로부터 3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내부 승인 절차를 사실상 모두 마쳤다. 채권단의 승인만 떨어지면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에 돌입하면서 오래도록 세계 금융시장을 괴롭혔던 그리스 사태가 일단락되는 셈이다.
그리스 의회가 10일(현지시간) 정부가 제출한 개혁안을 검토한 후 이를 승인했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개혁안은 의원 300명 가운데 250명이 찬성하는 압도적인 표결로 승인됐다. 이날 표결에서 연립정부 다수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과 소수당인 독립그리스인당(ANEL)은 물론 제1, 2야당인 신민주당(ND)과 포타미(江) 등도 찬성표를 던져 정부의 협상안을 지지했다.
반대는 32명에 그쳤고 8명은 기권했다. 치프라스가 속한 시리자의 일부 의원들은 개혁안을 승인하는 대신 출석만 함으로써 개혁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통신은 전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투표에 앞서 정부가 내놓은 개혁안이 지난 1월 총선 전 시리자가 주장했던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개혁안은 그리스 정부의 채무를 해결하고 금융시장이 돌아가게 하기 위한 유일한 기회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리스 정부가 마련한 개혁안은 이전 개혁안보다 훨씬 강도높은 긴축안을 담고 있다. 이에 채권단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리스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날 유럽과 뉴욕 증시는 동반 급등했다. 유럽에서는 영국 FTSE100 지수가 1.39%, 독일 DAX30 지수가 2.91% 급등했다. 뉴욕 S&P500 지수도 1.25%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다.
주요 외신은 유럽연합(EU) 소식통 등을 인용해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단이 개혁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전날 그리스의 새로운 제안은 '진지하고 신뢰할 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그리스 개혁안 내용이 전해진 후 "그리스는 이 같은 제안으로 유로존에 남아 있으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그리스의 개혁안을 보고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더욱 낙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리스의 개혁안은 11일 유로그룹의 논의를 거쳐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수용 여부가 결정된다. 일부 EU 소식통들은 유로그룹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EU 정상회의는 열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개혁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지난 8일 유로존 구제금융펀드인 유럽재정안정기구(ESM)에 3년간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했다. 채권단은 3차 구제금융 규모로 ESM이 580억유로, 국제통화기금(IMF)이 160억유로 등 모두 740억유로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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