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 취업준비가 한창인 대학생 A씨는 최근 면접을 보기로 확정됐던 한 기업에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전염 위험이 있으니 취업준비생들의 건강을 위해 면접을 연기한다'는 문자였다. A씨는 "일단 면접대비를 할 시간이 늘어났다는 생각에 순간 기뻤지만, 혹시라도 상황이 악화되면 아예 면접을 못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또다른 취업준비생 B씨는 한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인ㆍ적성검사 시험을 대비하고 있다. 기말고사 일정과 겹치는 입사시험 때문에 교수님께 양해를 구해 시험 일정도 조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기업의 시험일정 역시 6월 말경으로 연기됐다. B씨는 "갑자기 발생한 메르스를 탓할 수는 없지만, 시험 리듬이 깨져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들이 확산되고 있는 메르스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다. 면접 일정이 속속 연기되고 있는데다, 기업들이 다음 면접이나 시험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험이나 면접 일정은 메르스 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이는 6월 말로 연기됐지만, 일부 면접은 아예 무기한 연기된 경우도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중 면접이나 입사시험을 치를 계획이었던 기업의 상당수는 일정을 이달 마지막주로 연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면접과 취업시험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일정을 미루는 상황이다.
한국철도공사가 13일에서 27일로 필기시험 일정을 바꿨고, 이랜드 역시 적성검사 일정을 변경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일부 직군에서도 지난주와 이번주에 걸쳐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미뤘다.
LG전자의 각 사업본부들도 면접 일정을 미뤘다. VC사업본부가 2차면접을 연기했고, H&A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 일부직군 역시 22일 이후로 면접 일정을 늦췄다. 빙그레 역시 9일로 예정됐던 인적성, 면접 일정을 17일께 다시 통보하기로 했다.
취업준비생들은 6월 말이 돼도 메르스가 진정되지 않을 겨우, 일정이 더더욱 미뤄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에 빠졌다. 한 취업준비생은 "면접 일정이 미뤄지다 상반기 공개채용이 아예 무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마음이 불안하다"고 밝혔다.
이번 학기 취업 여부에 따라 졸업을 하려던 학생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취업이 되지 않을 경우 졸업을 미루고 학생 신분을 유지하려 했지만, 아직까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서울시내 대학교 교직원 관계자는 "메르스 발생 이후 졸업연기를 문의하는 학생이 부쩍 늘었다"며 "학교 측에서도 정해진 학사일정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답변을 못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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