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문에 사람들이 집밖을 나서지 않아
휴대폰 매장 찾는 사람도 크게 줄어
'S6', 'G4'와 데이터중심요금제 출시 이후 북적거리려는 시장에 찬물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주말이면 바빠서 정신이 없는데 이번 주는 정말 사람이 없네요. 손님이 오늘 세 번째에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휴대폰 유통 시장도 덮쳤다. 자고 일어나면 늘어나는 메르스 확진 환자 소식에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휴대폰 유통점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13일 토요일 점심, 동대문 쇼핑상가를 찾는 관광객과 상인들이 북적여야할 동대문 거리가 쥐죽은 듯 한산했다. 상인들은 무료하게 앉아서 손님이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몇몇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주차 공간이 없어 길거리를 가득 채웠던 대형버스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동대문 주변 휴대폰 유통점들도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동대문 역 주변 한 휴대폰 유통점 관계자는 "평소 주말이면 손이 부족해 줄을 설 정도였는데 메르스 사태가 일어난 이번 달 내내 손님이 없어 걱정이다"며 "휴대폰을 개통하러오지 않더라도 요금제나 인터넷 요금에 관해서 물어보려고 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손님도 없다"고 했다. 그는 오후 3시 이 유통점을 방문한 기자가 오늘의 세번째 손님이라고 덧붙였다.
주변 유통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유통점 직원 네 명이 무료하게 TV를 보며 손님을 기다리지만 상담 받는 약 20분 동안 가게 안에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통점 관계자는 "메르스 때문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상담만 받아도 마스크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했다"며 "하지만 오는 사람이 없어 준비된 마스크만 쌓였다"고 한탄했다. 한쪽 구석에는 마스크가 가득 쌓여있는 박스가 비치돼있었다.
동대문은 관광객이 많이 오는 지역 특성상 메르스로 인한 피해를 더욱 많이 본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람들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더욱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에 있는 동대문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메르스 환자 선별진료소가 설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도 뚝 끊기게 됐다.
한 휴대폰 유통점 관계자는 "동대문 지역 특성상 고객 절반은 중국 가이드들이었는데 대부분이 메르스 때문에 일이 없어 중국으로 떠났다"며 "창신동 주민이나 동대문에서 자영업 하는 사람들도 집밖에를 나오지 않고 가게를 닫아버리고 있어 유동인구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 단골 식당에서 메르스 때문에 당분간 가게 문을 열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꺼내 보여줬다.
유통점 관계자들은 '갤럭시S6'와 'G4' 등 신제품 출시되고 지난달 이동통신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은 이후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가 찬물을 끼얹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 유통점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후 손님이 확 줄었다가 최근 들어서 손님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는데 다시 메르스 사태 이후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며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뭘 어떻게 열심히 해볼 수도 없다"고 말하며 손님이 오는지 밖에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 곳 역시 기자가 상담받는 10여분 동안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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