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0시부터 치러진 서울시 공무원 시험 앞두고 자가격리자 이 모 씨 시험을 보지 못한 것 두고 이해식 강동구청장이 서울시 조치에 안타까운 심정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어 서울시 비판....서울시 행정국장 사실관계 설명하며 '서울시와 자치구간 갈등으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글 올려 눈길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1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121개 시험장(155개 학교), 4398개 시험실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특히 올해 시험은 메르스(MERS) 여파로 시험연기를 요청하는 수험생과 원래 일정대로 실시되어야 한다는 찬반 논란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메르스 방역대책은 철저하게 추진하되 시민의 일상생활은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는 투 트랙 대응기조에 따라 다수 수험생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당초 예정대로 시험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2015년 공개채용시험 응시율은 59.4%로 2014년 59.1%, 2013년 57.8%와 비교하면 다소 증가한 것으로 잠정집계 됐다.
◆자가격리자 이모씨 시험 못봐
서울시는 이날 강동구 강동고등학교에서 서울시 9급 시험에 응시하려던 자가격리자 이모씨 (27·부산시 거주)의 객담을 채취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사한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모씨는 이날 시험을 보지 못했다.
◆이해식 강동구청장 문제 제기
이해식 강동구청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 청년은 부산역에서 어제 오후 7시 25분발 KTX를 타고 오후 10시16분 경 서울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한지 15분 정도 지나 부산 모 구청보건소에서 연락이 와 ‘자가격리자로 분류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구청장은 “아마 부산 모 구청 직원은 즉시 귀가하라고 했을 것이고 청년은 시험을 보고 가겠다고 했겠죠. 청년 주장은 보건소 직원이 시험을 보고 빨리 귀가해 자가격리를 하라고 했다지만 진술과 관련한 가부를 떠나 청년이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보는 응시생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청년과 관련된 정보가 실시간으로 서울시나 강동구에 통보되지 못한 것은 일단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청년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택시를 이용해 강동구 길동의 한 모텔에 묶었고 오늘 아침 일찍 고사장인 강동고교에 도착,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오전 7시50분 경 청년은 고사장 앞에서 발열 체크에 응하면서 강동구청 직원에게 자신이 어젯밤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 구청장을 속 상하게 한 것은 서울시 보도자료 내용이었다.
서울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강동구 ○○고등학교 시험장 입구에서 발열이 체크된 부산 거주 수험생 이○○(’88년생, 男, 9급 응시)은 간호사의 문진결과 격리대상자로 밝혀져 즉각 격리조치 됐다.
시험장에서는 수험생 안전확보 매뉴얼에 따라 해당 수험생을 입실시키지 않고 즉시 입실을 차단하고 강동구 보건소로 후송, 12:30 객담 채취후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립○○병원에 격리조치‘로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낮 12시30분 이씨의 객담을 채취,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사한 결과 오후 5시6분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다시 보도했다.
이로써 이 씨는 결국 이날 시험을 보지 못했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일부 보도에 그 청년이 마치 무슨 범법 행위를 하다가 발각된 것처럼 묘사돼 있고 적발이란 단어까지 사용한 것은 참으로 문제가 크다”고 서울시를 비판했다.
이 구청장은 “며칠 전 박원순 시장 주재 서울시 구청장과 연석회의 때 자가격리가 여의치 않은 사람은 시설격리를 할 구 있고 서울시는 두 군데를 마련하고 있다는 박 시장의 설명을 들었다”며 서운한 감정을 지우지 못했다.
특히 이 구청장은 “밖으로 알릴 일이 있고 알리지 않을 일이 있는 것쯤은 자치구 어련히 알아서 판단할까요. 더욱이 뭐가 그렇게 대단한 비밀일까요”라며 비위가 상했다고 전했다.
이 구청장은 “오히려 신속하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사태에 대한 현명한 결말을 맺을 때가 더 많은 법이고, 이 사태 또한 정부의 비밀주의로부터 비롯됐다는 뼈아픈 반성을 하고 있는 터에 서울시 직원들의 처사는 참으로 한심한 관료주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과연 박원순 시장의 방침과도 조응하는 것일까요?”라고 지적했다.
이 구청장은 이 청년의 경우 음압시설이 설치된 강동구보건소 임시진료소도 있고 서울시 운영 시설격리 시설도 있는 상황에서 시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큰 아쉬움이 남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더구나 이 청년이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 참으로 아쉽다며 만연한 실업과 암울한 미래로 고통받은 청년들에게 낯을 들 수 없다고 말을 맺었다.
이런 이 구청장의 안타까운 글을 본 많은 페친들은 공감을 표시했다.
이 모씨는 “안타깝습니다. 격리해 시험을 치르게 했어야 하는 건데...”고 적었다.
또 다른 김 모씨는 “도적적 범범행위”라고 동조했다.
◆서울시 행정국장 답글 달아 갈등으로 비춰지지 않기 해명
이런 이 구청장의 글에 대해 이번 서울시 공무원 시험 책임을 맡고 있는 김의승 행정국장이 “응시 기회를 놓친 수험생에 대한 청장님의 안타까움과 아쉬움은 저 역시도 충분히 공감합니다”며 답글을 달았다.
또 “다만 사실관계에 있어 일부 전후 관계가 뒤섞인 부분도 있고 오해를 낳을 수도 있어 추가 설명을 위해 댓글을 남긴다”며 "본인이 격리대상자임을 스스로 진술했다는 내용도 서울시 보도자료에 충분히 반영했고 서울시가 ‘대외비’라는 표현흘 썼는지 저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자가격리자는 어떤 이유로도 안전대책 없이 움직여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우리 모두는 충실했고 이를 지켰다”며 이 청년에 대한 격리 의미를 설명했다.
다만 선의의 피해자일 수 있는 그 수험생의 안타까움이 자꾸만 맘에 걸려 시장님도 제게 그 수험생에게 직접 전화를 해 위로의 말을 전하라고 해 그렇게 했으며 그 청년은 고맙다고 하면서 오히려 자신 때문에 혹여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라도 주었을까 걱정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 있더군요라며 이 일이 자치구와 서울시간 갈등으로 비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험을 못보게 된 한 청년의 안타까운 사연은 메르스라는 국가적 질병으로 번지는 어려운 현실에서 서울시는 한 사람이라도 피해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원칙에 따라 취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자치구청장으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에 이른 글을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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