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가스전 매각 문제로 대립각을 세웠던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이 결국 전병일 사장의 해임으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 달 경영쇄신을 위해 전 계열사 대표이사의 사표를 제출받은 상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사표수리만 이루어지면 전 사장은 해임처리된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공개적으로 미얀마 가스전 매각에 반대의견을 피력한 전 사장 해임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 수뇌부가 전 사장의 행동을 '항명'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 사장의 '항명사건'은 포스코그룹이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을 매각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롯됐다. 전 사장은 사내게시판에 '미얀마 가스전 매각은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에 매각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반기를 들었다.
'미얀마 가스전 매각설에 대한 적극적 대응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전 사장은 "미얀마 가스전 같은 우량자산을 매각하는 게 아니라 포스코그룹 내 산재한 부실자산, 불용자산, 비효율자산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발했다.
미얀마 가스전은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그룹으로 넘어오기 전인 2004년부터 개발, 현재 회사 이익의 70%를 담당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사업계에서조차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대우인터내셔널의 '자부심'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0여년 이상 투자해 이제야 빛을 발하는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전 사장으로서는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그룹 수뇌부에 반기를 든 것 역시 이례적인 돌발행동이었다.
권오준 회장은 9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의 날 기념행사에서 기자들에게 "미얀마 가스전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검토한 것"이라며 "당장 판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정해지지도 않은 내용에 계열사 대표가 나선 것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돼 결국 해임까지 가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다. 이에 대우인터내셔널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아직 사실 확인 중이라 말하기 부담스럽고 이르지만, 사실이라면 내부에서도 분위기가 어수선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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