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청와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지역사회 확산 우려를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표에 대해 강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사실 관계를 더 파악해봐야 하는 내용을 공개해 국민적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시장의 (4일 밤) 발표 내용을 둘러싸고 관련된 사람들의 말이 다르고 있다. 불안감과 혼란이 커지고 있어서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좀 더 자세한 사실들이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박 시장은 브리핑을 열고 메르스 감염환자를 진료한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의사가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상황에서 시내 행사장 등에 참석해 무차별적인 지역사회 감염 확산의 우려가 있다는 내용을 밝혔다. 해당 의사는 나중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련의 과정에서 보건복지부가 수동적으로 감염 우려 시민들을 관리해 문제가 커졌다는 게 박 시장 발표의 핵심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확진판정을 받은 의사가) 2일 (1565명이 모인) 재건축조합 모임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 복지부는 조합에 모임 참석자 명단을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고, 3일 서울시와 복지부가 이 부분에 대해 논의했고 그 명단이 입수되면 서로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저희는 파악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의 발표 내용과 복지부가 설명하고 있는 내용, 환자 본인의 언론인터뷰를 보면 상이한 점이 발견되고 있다"며 "이런 차이점이 있는 상황에서 (박 시장의 발표에 대해선) 좀 더 자세한 사실들이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아울러 서울시나 복지부가 이런 심각한 사태에 관해서 서로 긴밀하게 협조해서 보다 정확한 내용이 국민들에게 알려져, 불안감이나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신중했으면 좋겠다는 말씀 드린다"고 당부했다.
현재 서울시와 복지부, 해당 의사의 설명을 들어보면 증상 발현 시기와 참석 행사 일정 등에서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 발견된다. 서울시는 해당 의사가 지난달 29일부터 발열 증상이 나타났는데 30일 1565명이 참여한 재건축조합 총회와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또 31일 기침ㆍ가래ㆍ고열에 시달리면서도 병원 심포지엄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이 의사는 31일 저녁 격리조치됐고 1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의사는 언론인터뷰에서 "30일 참석한 일정은 맞다"고 확인하면서도 "당시엔 메르스 증상이라고 볼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평소 알레르기 질환 때문에 기침이 조금 나왔고 몸살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의사가 스스로 메르스 감염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몸 상태가 완전히 달라진 31일이며, 서울시 발표와 달리 당일 심포지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는 메르스 대책과 관련한 정부의 기본 입장을 되풀이하며 국민적 불안감이나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기본 입장은 ▶현 상황은 지역사회 감염 수준이 아니다 ▶정확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기본 방침이다 ▶확진환자 접촉자들을 촘촘히 추적하는 게 가장 중요한 대책이다 등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상황을 지휘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감안한 듯 "대통령은 현재 가장 절실한 마음으로 이번 메르스 사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메르스는 현 단계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 현재 정책 우선순위 가운데 가장 위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로 예정돼 있던 통일준비위원회 집중토론회를 연기했다. 대통령의 진료 현장 방문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현장 방문보다는 청와대에 머물며 관련 내용을 챙기기 위해 일정을 비운 것으로 파악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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