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사망자가 2명이나 나오면서 '병원내 감염'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 메르스 사망자 2명 모두 폐질환을 비롯한 만성질환을 앓던 환자들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숨가뿜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렴과 신부전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만성 폐질환 환자와 신장질환, 당뇨병, 암환자와 에이즈 등 면역저하질환자, 장기이식환자 등이 메르스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따.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사우디의 사례를 보면 호흡에 이상이 생기는 전염병이라 폐질환자가 취약하고 신장질환이나 멱역력저하질환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이 메르스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메르스 첫 사망자인 58세 여성(25번째 감염자)은 천식을 앓고 있었고, 2번째 사망자인 6번째 감염자는 2011년 신장암으로 인해 신장적출술을 받았다.
첫 사망자를 담당한 주치의는 "사망자의 기저질환이 면역력 약화와 호흡기 질환의 발병과 관계가 있다"면서 "메르스 감염 후 증상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병원의 경우 아픈 사람이 모여있기 때문에 감염에 더욱 취약하다. 지금까지 국내 메르스 확진환자 25명 가운데 최초 확진자(68)를 제외한 전원이 병원에서 감염됐다. 사망한 메르스 감염자 2명을 포함한 입원환자가 13명에 달했다.
최초 확진자가 사흘이나 입원한 B병원의 경우 최초 확진자의 분비물이 묻은 의류나 의료기기 등을 통해 다른 환자로 전염될 가능성이 크다. 3차 감염자 2명과 최초 확진자를 직접 진료한 의료진 2명을 제외한 감염자 20명이 B병원에 몰린 것도 이 때문이다.
메르스의 원산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에도 병원내 감염이 낙타와 직접 접촉에 의한 감염보다 훨씬 많은 추세다. 유럽질병통제센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메르스 관련 보고서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난달 3일 이후 발생한 72건의 메르스 감염 가운데 21건이 병원이나 지역사회에서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였다. 동물과 직접 접촉한 사례는 8건, 낙타 우류를 마신 이후 감염된 경우는 7건에 불과했다.
문제는 병원내 감염이 빈번한데도 정부의 대응이 여전히 부실하다는 점이다. 그 결과 메르스 의심환자들이 다른 병원을 옮겨다니며 바이러스를 전파시키고 있다.
실제 이날 발생한 23, 24번째 확진환자는 16번째 감염자와 지난달 28~30일 D병원에서 같은 병실을 사용하다 감염됐다. 2명 모두 각각 73세와 78세의 고령자인데다 기저질환이 있어 고위험군에 속한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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