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거르지 않고 등장하는 금융관련 대형 사건사고에는 꼭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사례가 빠지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그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금융사고가 날 때마다 매번 빠짐없이 개인 피해자가 속출한다. 은퇴한 노년층에서부터 전업 주부, 일반 근로자, 사회 초년병 등 금융지식과 투자마인드 측면에서 보면 너무 '무지하거나 과욕을 부린' 사람들이 주로 피해를 보고 있다. 금융이 금융소비자들의 자산 증식을 통해 그들의 행복한 삶에 기여함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가진다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내 부모님, 내 형제자매 같은 분들이 평생에 걸쳐 한 푼 두 푼 모은 알토란 같은 재산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렸다고 생각하면 그분들의 고통을 어찌 필설로 다 할 수 있을까.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금융기관의 이해와 금융소비자들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 데에 그 근본원인이 있는 것 같다.
거의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상품을 팔고 투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야 수익이 발생한다. 이를 위해 고객 모집과 판매촉진에 많은 비용을 쓰면서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고객들의 피해예방과 투자수익 확보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힘들여 저축한 돈을 금융기관에 맡길 때에는 한 푼이라도 투자수익을 더 벌고 싶고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하나라도 더 보장을 받고 싶은 생각으로 투자를 하게 된다. 대부분의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판매 및 서비스 수수료가 현재 시점에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동기 부여가 되는 반면 고객의 투자수익은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동기부여인 것이다. 이해가 상반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온도 차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와 금융유관협회에서는 이러한 이해상충의 간극을 좁히고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면서 노력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미지수인 것 같다. 금융소비자들이 예기치 못했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면서 행복한 금융으로 갈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가. 이의 해결 방안으로 금융기관과 고객의 이해상충을 해소할 수 있는 금융자문업 제도와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 금융자문업은 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들의 이해상충을 객관적인 금융전문가 입장에서 판단하고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소비자를 위해 일하는 금융서비스업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국내 제도상으로 금융기관 또는 대리점은 상품을 팔아야 수수료(Commission)가 발생하게 되어 있고 자문서비스에는 자문수수료(Advice Fee)가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인식도 자문서비스 수수료에는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국의 경우 연금, 보험, 장기채권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독립 금융자문 및 판매 회사인 IFA(Independent Financial Adviser)제도가 일찌감치 도입되었다. 이를 더 보완해서 2012년 12월31일을 기해 '소매판매채널 개선방안(RDR; Retail Distribution Review)' 제도를 시행하면서 금융자문회사가 금융기관 등 상품공급업자로부터 수수료 수취를 금지하고 자문서비스의 종류와 범위에 대해 사전에 명확히 하도록 규정하였으며 자격요건도 강화하였다. 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의 이해상충을 해소하는 전문 투자상담회사 제도를 도입하고 이의 독립성을 엄격히 관리해서 금융에 무지한 많은 선량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고를 미연에 막아보자는 취지다.
우리나라도 공식적인 금융자문업의 출범, 정부지원을 받는 NGO 시민활동, 경험 있는 전직 금융인들로 구성된 금융봉사활동 등을 통해 이러한 금융약자들을 보호하는 제도가 사회전반에 보다 다양하고 폭 넓게 시행되어서 더 이상 선량한 금융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행복한 금융이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박의헌 KTB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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