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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감정평가사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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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감정평가사로 산다는 것 김순구 감정평가사(대화감정평가법인 대표이사, 대형감정평가법인 협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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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만큼이나 많은 직업이 세상에 존재한다. 수많은 직업 중에 감정평가를 업으로 삼아 산 지가 수십 년째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감정평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가 많다. 시간이 갈수록 감정평가가 재산권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런 갑론을박이 감정평가사로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감정평가사는 부동산 소유자나 이해관계자가 의뢰한 토지 등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여 그 결과를 가액으로 표시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감정평가사들은 통상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토지 등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는 데 토지 등의 시장가치는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에서는 감정평가사라는 전문 인력을 통해 이를 판정하도록 하고 있다.

감정평가사는 공정한 시장가치를 판정하기 위해서 어느 쪽의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 토지 등의 적정한 시장가치를 찾으라고 국가에서 준 자격이니 비용을 지불하는 용역의뢰자의 편도 들 수 없는 입장이다. 결국 감정평가사는 충돌하는 이해관계의 중심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인으로부터 항상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토지 등의 시장가치를 둘러싼 이해관계인 모두를 만족시키는 감정평가란 애초에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보상 금액이 많으면 사업시행자가 불만을 갖게 된다. 공공부문으로 적용해보면 시행주체만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국민의 세금이 특정인에게 과다 지급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보상금액이 적게 산정된다면 당연히 토지 등 소유자는 불만을 갖게 된다. 자신의 재산 가치를 더 받으려는 욕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보상평가액은 항상 사업시행자에게는 과다했고 토지 등 소유자에게는 과소했다. 감정평가사들은 전문적 지식을 동원하여 공정한 가치를 찾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도 이해관계자 모두로부터 뭇매를 맞는 경우는 허다했다.


결국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은 '공정'과 '비난'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흔치 않는 직업인 것이다. 그러나 감정평가의 본질이 공정한 가치 산정을 통해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것이니 어찌하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돈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대립 역시 더욱 첨예해지고 있으며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의 목소리도 더욱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공정을 지키기 위해 짊어져야 할 비난과 '외압'의 무게가 이제는 감정평가사 개인이 짊어지기에는 그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감정평가영역에서의 공정을 위해 보다 진일보한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감정평가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감정평가의 경쟁완화와 독립성제고를 목표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공적평가 전체와 민간이 원할 경우의 사적평가에서 한국감정평가협회 등 제3의 기관에서 감정평가사를 추천하도록 하는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참으로 시기적절한 정책추진으로 하루 빨리 구체적인 관련내용이 나오기를 필자는 기대한다. 좀 더 나아가 담보 평가 등의 영역에서 의무적으로 제3의 기관에 의한 감정평가사 추천제도가 시행된다면 이는 감정평가의 경쟁완화와 독립성제고가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로 이어지는 일거양득의 제도개선이 될 것이다.


감정평가사로 산다는 것. 비난과 외압이 평생의 업이라 하더라도 '공정한 평가'를 통해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치와 가격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비용을 줄인다면 감정평가사라는 직업도 꽤 가치 있는 직업일 것 같다. 이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다면 더없이 좋은 직업이 될 것이다.


김순구 감정평가사(대화감정평가법인 대표이사, 대형감정평가법인 협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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