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선 중소형은행 급성장…계좌 순유입 기대감
"국내는 상황 다르다" 의견도 팽배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계좌이동제 도입을 앞두고 지방은행의 활약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계좌이동제로 열세를 극복했던 영국의 중소형은행의 사례를 들어 기대를 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금융망이 촘촘하게 갖춰진 국내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9월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수도권에 접근성이 부족한 지방은행들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계좌이동제를 도입했던 영국의 사례가 알려지면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계좌이동제 도입과 영국은행의 엇갈린 명암'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영국 중소형 은행이 계좌이동제로 열세를 극복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2013년 9월 영국에서 계좌이동제가 도입된 이후 중소형 은행인 산탄데르에 17만 계좌, 할리팍스에 15만계좌가 순유입되면서 지난해 전체 계좌 이동 건수(약 110만건)의 30%를 차지했다. 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과 맞물려 수도권 진출에 적극적인 지방은행들이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영국의 사례가 국내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의견도 있다. 시중은행들이 한발 앞서 주거래은행 이탈 방지에 나선 만큼 지방은행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의 '우리 주거래 고객 상품패키지', 농협은행의 '올원카드' 등 주거래고객을 붙잡기 위한 전용상품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나성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영국은 중소형 은행이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했고 대형 은행들은 이를 방관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형은행들이 고객을 지키기 위해 일찌감치 나섰다"고 설명했다.
지방은행들도 관망하는 모양새다. 일부에서는 시중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주거래고객에 혜택을 제공하면서 오히려 고객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계속 은행에 거래할 수 있도록 교차상품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일단은 시장을 지켜보자는 게 내부의 의견"이라며 "지역내에 있는 시중은행들의 마케팅이 거세지면 오히려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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