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보수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이 장기밀매 관련 내용이 적힌 속칭 '찌라시'(사설정보지)를 보고 해당 쪽지에 담긴 현장으로 몰려가 인터넷 생중계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
27일 서울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한 일베 이용자가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받았다며 쪽지 한 장을 찍어 게시판에 올렸다.
쪽지에는 '은평구 XX동 XXX-XX호 지하 2층'이라는 주소와 함께 '여기 건물 2층에 조사팀과 보호해 주는 경찰 군인이 있다. 우리가 찾는 사람들이 있거든. 기술자 가게도 있는데' 등 두서없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게시글을 확인한 일부 일베 이용자들은 쪽지가 장기밀매 등 범죄와 관련된 내용일 수도 있다며 25일 오후 11시께부터 회원들끼리 돌아가며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
일베 회원들로부터 제보를 받은 경찰은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판단에 지구대와 형사과 직원들을 현장에 투입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집안을 두드리고 거주자를 만나려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경찰이 강제로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이 집에 사는 여성이 문을 열고 나왔다. "왜 밤중에 와서 귀찮게 구느냐"며 짜증스러운 반응에 경찰은 당황했다.
더 황당한 일은 그 다음 벌어졌다. 다음날 오전 1시께가 되자 일베 이용자 10여명이 현장에 몰려온 것. 이들은 경찰의 조치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까지 했다. 일부 일베 회원들은 실시간 중계를 보며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쪽지는 이 여성이 시중에 떠도는 장기밀매 관련 찌라시 내용을 옮겨 적으면서 자신의 집 주소를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여성은 정상적 대화가 어려울 만큼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쪽지에 왜 집 주소를 적었냐는 질문에 '나한테 신령이 내렸는데 그 신령이 시키는 대로 한 거다'고 하더라"며 "이웃 주민들도 다 그런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해프닝으로 보고 다음날 오전 3시50분께 철수했다.
일부 일베 회원의 '무차별' 습격 활동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파되면서 네티즌들은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찰에 신고한 것은 사태 파악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할 수 있지만 전후 사정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집을 찾아가 생중계까지 한 것은 너무한 처사라는 것이다. 이 같은 비판은 일베 내부에서도 일었다.
네티즌들은 "밤부터 새벽까지 남의 집을 찾아가 방송으로까지 내보낸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며 "범죄 가능성을 이유로 무차별적인 신상털기를 하고 이를 즐기면서 관람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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