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2시 메이필드호텔서 ‘공항 주변지역 고도제한 완화 방안’ 주제 국제세미나 개최...미국, 대만 등 국제적인 완화 사례 공유, 전략적인 대응방안 집중 모색,국토부도 T/F 구성, ICAO에 항공학적 검토 세부기준 마련 필요성 제기... 노현송 구청장 “강서구 발전의 선결조건인 고도제한 완화 시대를 한발 앞당기는 촉매제될 것”자신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강서구민들은 수십년간 김포공항 고도제한에 묶여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가운데 노현송 강서구청장이 민선5기 이후 지역의 최대현안인 ‘공항 고도제한 완화’를 위해 청사진를 밝히는 국제 세미나를 개최해 눈길을 모은다.
노 구청장은 28일 오후 2시 메이필드호텔에서 국내외 항공전문가를 초청해 ‘공항 주변지역 고도제한 완화 방안’을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한다.
공항 주변지역의 고도제한 규제를 풀기 위한 해법들을 집중 조명하기 위한 자리다.
특히 고도제한의 실현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들이 다양하게 등장할 예정이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그동안 공항 부근 항공기 사고 대부분이 고도제한과 관련성이 적다는 점이 집중 부각될 예정이다. 최근의 사고 유형들은 장애물 높이보다는 기후, 조종사 과실, 기계적 결함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판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맥카렌, 대만의 송산공항 등 외국의 완화 사례도 논의된다.
이들 공항은 항행안전에 지장이 없을 경우 건축물 높이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로 하는 ICAO 권고사항에 따라 건축제한구역을 축소하고 있는 대표적인 공항이다.
또 정부가 공항주변 고도제한 완화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내용도 발표된다.
최근 국토부는 ICAO Aerodrome(비행장) 분과에 현재 국제기준으로 정한 수평표면(반경 4km이내, 활주로 기준 상방 45m미만) 기준의 반경을 좁히고 높이를 완화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노 구청장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강서구도 천편일률적인 고도제한이 아닌 지역상황에 맞게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주민들과 고도제한 규제를 풀기 위한 해법들을 집중 조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의 최대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그간 세미나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일단 지난해 8월 구상을 시작, 실무 준비만 해도 6개월가량 걸렸다. 수차례에 걸친 사전 보고회는 물론 발품을 팔아 의제와 발표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세미나에는 FAA(미국 연방항공청) 공역분과장을 역임한 Burns 대표를 비롯 대한민국항공회 부총재 홍순길 교수, 국제항공변호사 Wheeler 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 9명이 연사로 참여한다. 고도제한 완화 추진위원 등 지역주민 200여명도 세미나에 동참한다.
먼저 지난달까지 ICAO 주재 한국 대표부 대사를 역임했던 최동환 대사가 ‘ICAO와 한국의 현안’이라는 주제의 특별발표로 세미나의 포문을 연다. 최 대사는 고도제한의 실질적인 키를 쥐고 있는 ICAO가 무슨일을 하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현장경험을 토대로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어 홍순길 교수의 사회로 본격적인 주제발표가 80분간 이어진다. 주제발표는 총 4개의 세션으로 구성된다. 주제는 ‘고도제한 완화에 대한 연혁적 고찰과 현황’,‘미국의 항공학적 검토 적용현황’,‘항공학적 검토 적용 사례비교’,‘오스트레일리아 공항기획규정에 따른 항공장애물’ 등이다.
주제토론에서는 항공우주정책?법학회 최준선 회장이 좌장으로 나서며, 홍정선 강서구 도시관리국장, 정윤식 경운대 비행교육원장 등 5명이 토론자로 나선다. 토론 후반부에는 주민들의 궁금증과 바람을 듣는 소통의 시간도 마련된다.
구는 세미나를 통해 수렴된 해법과 개선 방안을 구의 고도제한 완화 정책에 적극 반영키로 했다. 또 국회의원, 정부 등 관계기관과 상시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정보를 공유하며 상호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공항 고도제한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는 ICAO가 1955년에 만든 규정으로 항공기술이 발달한 지금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규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비행기 이착륙이 필요한 진입표면이 아닌 활주로 좌우의 수평표면은 비행기가 진입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 60년 전에 만들어진 규정 때문에 공항 주변 지역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재산권 행사에 많은 제약을 받아 왔다.
이에 구는 지난 해 해발 119m까지 고도가 완화되어도 비행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현행 57.86m의 두배 가 넘는 수치다. 또 33만이 넘는 주민 서명과 용역결과를 묶어 청와대, 국회, 국토부 등에 법령개정을 위한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국토부도 항공기 운항·안전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T/F를 운영중에 있고 항공학적 검토에 관한 세부기준이 국제기준에 적용(규정화) 될 수 있도록 국제회의에서 적극 의견을 피력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조만간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된다.
공항고도제한이란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공항주변 고도제한을 국제기준으로 정한 것으로 활주로(해발 12.86m)를 기준으로, 수평표면(반경 4km이내, 해발 57.86미만), 원추표면(반경 5.1㎞이내, 해발 112.86m미만) 등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이는 강서구 전체면적의 97.3%인 40.3㎢가 해당되며, 57.86m는 아파트 13층 규모 정도에 불과하다.
노 구청장은 “이런 걸림돌 때문에 강서구는 그동안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을 받아왔다. 그동안 고도제한으로 재산피해는 막대하며, 토지 형상이 평지 형태여서 개발이 용이하고 재산적 가치가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재산 가치가 가장 낮게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건축물의 높이 제한으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재건축·재개발 등 도심재생사업이 활발하지 못해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강서의 경쟁력은 물론 차세대 서울 경제를 책임지게 될 마곡지구는 물론 방화뉴타운 사업 등도 공항고도제한에 묶여 있어 주민이 원하는 방향대로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구의 미래가 달려있는 굵직한 사업들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서도 고도제한 완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노현송 구청장은 “이번 국제세미나가 앞으로의 고도제한 완화사업의 속도를 높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획일화된 잣대로 만들어진 낡은 기준 때문에 구민들이 감수해야하는 재산상 손실은 천문학적 규모에 달한다"며 "이에 따른 구민들의 박탈감도 적지 않다. 앞으로도 고도제한의 당위성을 늘어나는 인구수처럼 차곡차곡 쌓기 위해 발품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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