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24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집권 국민당(PP)이 24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좌파정당 포데모스를 포함한 긴축 반대 정당들은 약진했다.
이같은 결과는 오는 11월 치러지는 총선에서 연임에 도전할 예정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좌파정당 포데모스가 참여한 좌파연합 '아오라 마드리드'(Ahora Madrid, 지금 마드리드)가 마드리드 시의회 의석 57석 가운데 20석을 차지했다. 좌파 연합은 지난 2011년 스페인 정부의 긴축 조치에 항의한 대규모 시위를 이끈 지도자들이 모여 만든 것이다.
집권 국민당은 이보다 1석 많은 21석을 차지했고 제1 야당인 사회노동당(PSOE·이하 사회당)은 9석을 기록했다. 국민당과 포데모스의 표 차이는 5만표에 불과했다.
아오라 마드리드가 사회당 등 다른 정당과 연정을 구성할 경우 국민당은 1991년 이후 줄곧 지켜온 텃밭인 마드리드를 잃게 된다.
스페인 제2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는 포데모스를 포함한 좌파연합 '바르셀로나 엔 코무'(Barcelona En Comu)가 1위를 차지했다.
전체 17개 주 가운데 13개주에서 치러진 이날 선거에서 국민당은 약 27%의 득표율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정당 순위에서는 여전히 1위지만 지난 2011년 38%에서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이다. 국민당이 1991년 25% 득표율을 보인 이후 지방선거에서 최소 34% 이상을 유지해온 것을 고려하면 '최악'의 결과에 가깝다.
블룸버그통신은 국민당의 지지율이 30%를 밑도는 것은 유권자들로부터 혹독하게 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국민당과 함께 스페인 정치를 양분해온 사회당의 득표율은 25.2%로 2위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서 중도우파 신생정당 '시우다다노스'(Ciudadanos·시민)가 6.5% 득표율로 3위에 올랐고 포데모스의 좌파연합이 4위로 뒤를 이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오는 11월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알아보는 중요한 이벤트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40년간 이어진 우파 국민당과 중도좌파 사회당의 양당체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국민당과 사회당은 이번 선거에서 모두 합쳐 52%의 득표율을 얻었는데 이는 4년 전 65%에서 크게 낮아진 것이다.
국민당과 사회당은 1975년 시작된 민주화 이후 40년간 중앙과 지방정부 정권을 주고받아왔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긴축 정책에 따른 실업률, 정치인 부패 문제 등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양당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반면 긴축 조치와 빈부 격차에 항의하는 포데모스 등 신생 정당들은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단숨에 기성 정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지난해 1월 창당한 포데모스는 지난해 5월 창당 4개월 만에 유럽의회 선거에서 8% 의 득표율로 5석을 확보한 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좌파연합을 통해 높은 지지도를 확인했다.
포데모스를 이끄는 36세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당수는 그리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 비견되는 젊은 정치인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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