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러시아의 경제가 외견상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개혁이 동반되지 않아 국민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TV 연설을 통해 "러시아 경제 위기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고 직접 선언했다. 푸틴의 선언을 반영하듯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4일(현지시간)부터 달러 매입 프로그램을 재개했다.
루블화 가치가 연초 대비 20% 가량 상승하자 지난해 급격하게 줄어든 외환보유고 확충에 나선 셈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서방의 경제제재에 맞서 외환보유고를 투입해 루블화 방어에 나섰었다. 그 결과 현재 러시아 외환보유고는 3585억달러 수준으로 2014년 초에 비해 28% 가량 쪼그라든 상황이다.
지난 2월만 해도 루블화 환율은 1달러에 70루블이었지만 유가 강세에 힘입어 지금은 50루블까지 떨어졌다. 루블화 가치가 급상승하자 러시아 정치권에서 부담스럽다는 반응마저 나올 정도이다. 원유ㆍ가스를 수출하고 받은 달러를 루블화로 바꿔야 하는데 대금을 수령하고 환전하는 사이 루블화 가치가 올라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들어 3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를 실시하며 금리 정상화 작업에도 나섰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루블화 가치 급락에 맞서 기준금리를 10.5%에서 17%로 대폭 인상했지만 현재 기준 금리는 12.5%까지 낮아졌다.
외견상 모습은 긍정적이지만 러시아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기가 흐른다. 러시아의 지난 3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8.7%나 줄었다. 지난달 신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대비 42%나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소비자 신뢰지수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수준이다. 이와 관련 미 경제전문지 포천도 러시아 경제가 최악의 위기 상황을 벗어난 듯 하지만 것처럼 보이지만 경기침체 고통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푸틴의 판단과 달리 러시아가 당분간 마이너스 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러시아 경제가 올해 4.5% 후퇴하고 내년에도 1.8%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러시아 경제성장률을 올해 마이너스(-) 3.8%, 내년 -1.1% 로 내다봤다.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러시아 경제 장관이 지난달 정부 회의에서 최근 경기 지표가 올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마침 러시아 연방통계국이 지난 15일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동기대비 1.9% 줄었다. 러시아 GDP가 감소를 기록한 것은 2009년 4분기 이후 5년여만이다.
런던 소재 리서치 업체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리자 예르몰렌코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후퇴하고 있으며 진정한 회복을 위해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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