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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뉴스] ADHD는 제약회사가 조작한 질병인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22초

☞ [짜장] (1) '과연 정말로'라는 뜻의 순우리말 (2) 춘장을 볶은 중국풍 소스.
짜장뉴스는 각종 인터넷 이슈의 막전막후를 짜장면처럼 맛있게 비벼 내놓겠습니다. 과연? 정말로?


ADHD를 아시나요?

‘주의력 결핍ㆍ과잉행동 장애’를 뜻합니다. ‘Attention DeficitㆍHyperactivity Disorder’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입니다.


ADHD는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활동이 과도하며 충동적인 증세이며 주로 아동기에 나타납니다. 이런 증상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아동기 내내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이 지속되고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이르러도 증상이 남기도 합니다.

[짜장뉴스] ADHD는 제약회사가 조작한 질병인가 운동하는 어린이들. 사진은 이 기사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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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는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는 증상 정도가 아니라 생명을 앗을 수 있는 위험 요인입니다. 최근 EBS는 덴마크의 한 연구진이 ADHD가 조기사망 위험을 2~4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의력이 떨어져 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 제약회사 돈벌이 위한 작품?= EBS는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아이가 갖고 있는 특성”이라며 “ADHD엔 충격적인 역사가 있다”고 전합니다.


‘충격적인 역사’란 ADHD라는 질병의 ‘아버지’이자 약물치료법을 강조한 레온 아이젠버그 박사가 세상을 떠나기 7개월 전인 2009년 3월에 양심고백을 했다는 것입니다. 아이젠버그 박사는 소아 정신의학자였습니다.


양심고백의 내용은 “ADHD는 꾸며낸 질병의 전형”으로 “제약회사로부터 펀드를 제공받고 ADHD라는 질병을 만들어 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약물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아이들조차 너무 쉽게 ADHD 환자로 진단받는다고 EBS는 비판했습니다.


EBS는 이어 ADHD 진단을 받는 아이들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이젠 좀 더 신중하고 관대한 태도로 아이들을 바라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EBS를 예로 들었지만 다른 몇몇 언론매체도 ADHD가 조작된 질병이라는 주장을 확산했습니다. 많은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에 이 주장이 게재돼 있습니다.


거대 제약회사가 약을 팔기 위해 진실을 덮거나 허위 사실을 지어낸다는,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음모가 실제로 ADHD라는 이름으로 벌어졌을까요?


◆ 실제론 약물 처방 필요성 강조= 이 주장은 독일 언론매체 슈피겔을 인용해 아이젠버그 박사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음모’를 폭로했다고 전합니다. 종종 슈피겔이 커버 스토리로 아이젠버그 박사 인터뷰를 게재했다고 설명합니다.


진위 여부를 가리는 첫 단계는 슈피겔 기사를 찾아 읽는 것입니다. 미국 스노프스닷컴은 ADHD로 진단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2012년 슈피겔 기사에서 아이젠버그 박사의 견해가 인용됐다고 확인했습니다.


[짜장뉴스] ADHD는 제약회사가 조작한 질병인가 레온 아이젠버그

스노프스닷컴은 그러나 기사를 맥락 속에서 읽으면 “아이젠버그 박사는 ADHD가 실제 질병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기보다는 ‘이 증상을 일으키는 유전적인 소인이 과도하게 평가됐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설명합니다. 성장 환경이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더 ADHD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입니다.


슈피겔의 2012년 기사에 따르면 인터뷰는 2009년 이뤄졌고 그의 최후의 인터뷰였습니다. 그는 “ADHD가 만들어진 질병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유전적인 소인이 과도하게 평가됐다”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맥락은 ADHD 대응과 관련한 다음 설명으로 뒷받침됩니다.


그는 아동의 사회심리적인 환경이 중요하다고 인정했지만 어느 환경이 ADHD를 일으키는지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한숨을 지으며) “아주 조기에 약을 처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 오도된 사명감이 사실 왜곡= 슈피겔 기사와 관련해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흥미로운 배경을 하나 제시합니다. 아이젠버그 박사 인터뷰를 기사에 반영한 필자 외르그 블레흐는 의료산업에 비판적이었고 2006년에 책 ‘질병 발명과 의약품 밀어내기: 제약회사와 정상적인 삶의 의료화’를 써냈다는 것입니다.


이런 성향으로 미루어볼 때 블레흐가 87세인 아이젠버그 박사의 발언을 자신의 시각에 맞춰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기사를 되짚어보면 블레흐는 ‘ADHD의 아버지’라는 표현을 택했습니다. 질병을 연구한 1세대 의학자를 ‘아버지’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블레흐는 아이젠버그를 ‘ADHD의 아버지’라고 지칭함으로써 은연중에 아이젠버그가 ADHD를 ‘탄생시켰다’는 뉘앙스를 전하려고 한 게 아닐까요.


스노프스닷컴은 떠도는 이야기의 진위를 추적하는 전문 사이트입니다. 이 사이트는 슈피겔이 ADHD가 조작된 질병이라는 주장을 전한 적은 있다고 덧붙입니다. 스노프스닷컴은 이 주장을 아이젠버그 박사가 아니라 미국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 하버드 대학 교수가 내놓았다며 원문을 인용했습니다.


케이건은 책 ‘성격의 발견’ ‘정서란 무엇인가’를 쓴 심리학자입니다. 그러나 그는 의학자가 아니며 ADHD 전문의는 더욱 아닙니다.


우리는 이제 아이젠버그 박사를 비롯한 의사들이 ADHD를 만들어냈다는 주장은 ‘음모론’ 중 하나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 “음모론 전파는 범죄행위”= 정신의학자인 최영 최영정신건강의학과 학습증진센터 원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이 음모론을 무책임하게 전파하는 것은 실제 고통받는 환자들의 치료받을 기회를 박탈하고 혼란에 빠뜨리는 비윤리적인 범죄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최 원장은 “ADHD는 실재하는 병”이라며 “자신의 자녀가 가진 문제를 부정하고 싶은 심리상태의 부모들이 이런 류의 정보를 접하고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본다”고 말합니다. 그는 “돌고 돌아 고생하다가 (다시 온 환자와 부모를) 결국 몇 년 뒤 진료실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며 “그 사이에 아이와 부모의 고통과 손해는 누가 보상해줄까”라고 묻습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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