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연합(EU)이 난민 의무 할당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몰려드는 난민들을 EU 회원국들이 일정 규모 이상 의무적으로 수용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13일 회원국들이 난민 수용 부담을 좀더 균등하게 나눌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장 클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유럽의회 연설에서 "이민자들의 재정착 문제를 직접적으로 관계된 국가들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며 부담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집행위는 나라별 할당 인원을 경제수준, 인구 규모, 실업률, 과거 망명 신청자 수 등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EU 난민 관련 법을 대폭 개정하는 이번 방안을 두고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는 이민자들에 대한 배타적 정서가 팽배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나라별로 난민에 대한 입장도 다르다.
난민들은 그들이 처음 도착한 국가에서만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지리적으로 난민들이 도착하기 쉬운 국가들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고 이에 이같은 원칙이 항상 지켜진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의 경우 유럽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한 국가는 독일과 스웨덴이었다. 독일은 지난해 EU 내에서 난민 신청을 한 62만6000명 중 3분의 1 이상을 수용했고, 스웨덴도 8만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남부 유럽 국가들은 최근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다 배가 침몰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난민 구조에 많은 비용이 든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망명 신청을 거의 받지 않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에서도 강제 할당제가 시행되면 적지 않은 반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총선을 통해 보수당 단독정부를 단생시킨 영국은 비자발적인 할당제를 도입하려는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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