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쇼 '크레이지호스' 측 최근 가로등에 공연 홍보물 게시...강남구 표시돼 있어 공식 후원 오해 우려...강남구측 "불법 홍보물, 철거할 것", 홍보대행사 측 "양해 구했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서울의 한 구청이 최근 퇴폐 음란업소와의 전쟁을 선포해 놓고선 정작 '19금(禁)' 성인쇼 홍보 현수막 게시를 허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봉은사, 코엑스 등이 위치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길거리에는 '크레이지 호스 파리'(Carzy horse Paris) 홍보 현수막 수십개가 길거리 가로등에 일제히 내걸렸다.
문제는 프랑스 파리에서 1951년부터 공연되기 시작한 이 쇼가 국내 상설 공연을 앞두고 심의 단계부터 성인쇼로 논란이 많았다는 것이다.
관객들이 공연 내내 샴페인을 마시면서 11명의 늘씬한 백인 여성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데, '물랑루즈', '리도'와 함께 파리를 대표하는 3대쇼로 꼽힌다. 이 공연을 두고 일각에선 "야하거나 음란하지 않고 마치 화려한 패션쇼를 보는 듯 하다"며 호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결국은 여성의 몸을 이용해 상업적인 의도로 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공연"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국내 상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찬반 논란이 거셌다. 결국 심의 끝에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아 공연이 허가됐다.
이 같은 성인쇼의 홍보물이 강남의 대로변에 공공연히 내걸리자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홍보물 하단엔 '저소득층 위기 가정 지원을 위한 강남복지재단 기부함 설치'라는 글귀와 함께 강남구청의 로고와 '강남구'라는 이름이 버젓이 박혀 있다.
자칫 공공기관인 강남구청이 이 공연을 후원ㆍ홍보하고 있는 것 처럼 비쳐질 수 있는 상황이다. 강남구청은 지난 2월 27일 '도시선진화담당관'을 신설해 학교 주변과 주택가 등 불법 퇴폐업소ㆍ음란선전물 에 나서는 등 '불법 퇴폐음란업소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앞둔 봉은사 측도 사찰 앞 거리에 성인쇼 홍보물이 나붙는 사태에 황당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이사는 "음란광고물은 옥외광고물과 청소년보호법에 저촉되는데 어떻게 허가났는지 의문이며 더우기나 부처님 오신 날 시즌에 봉은사 주변에 음란쇼 광고를 허용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며 "구청이 기부금 모금 활동의 일환으로 광고를 허가했다고 하는데, 다른 성인업소도 기부금 모금 명분으로 광고를 허가해 줄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광고관리팀 관계자는 "홍보업체로부터 민원이 들어와서 절차 및 규칙을 알려줬을 뿐이며 불법 홍보물이므로 철거할 예정"이라며 "강남복지재단 측과 저소득층을 위한 기부금 모금함 설치를 약속했다는 사실은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홍보물을 게시한 대행사 측 관계자는 "강남복지재단에 기부금을 내기로 한 것은 사실이며 홍보물 게시에 대해 구청 관계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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