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일(현지시간) 바티칸을 방문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났다.
이날 바티칸 라디오를 통해 바티칸 페데리코 롬바르디 대변인은 카스트로 의장이 이날 오전 9시30분 바티칸에 도착해 교황의 서재에서 약 50분간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발표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미국과 쿠바의 관계 개선을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오는 9월 교황의 쿠바 방문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교황에게 하바나 성당의 200주년 기념 메달과 쿠바 미술가의 현대 예술작품을 선물하면서 교황이 직접 전 세계에 난민들의 어려움을 알리는 데 앞장서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교황이 현재와 같은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공산주의자인) 나도 가톨릭 교회로 돌아갈 것이라고 바티칸 라디오는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카스트로 의장에게 자신의 권고인 '복음의 기쁨'과 외투로 가난한 사람을 덮어주는 생 마르탱 성인의 모습이 담긴 대형 메달을 주면서 이 메달은 가난한 사람을 보호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것은 물론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권위도 높여줘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고 화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쿠바가 작년 말 미국과 외교 관계 정상화를 발표하기에 앞서 양국 대표단을 초청해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주선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98년 1월 요한 바오로 2세, 2012년 3월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역대 교황으로서는 세 번째로 9월 쿠바를 방문할 예정이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쿠바를 다녀가고 나서 피델 카스트로 당시 국가평의회 의장은 로마 가톨릭 정교회가 관영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국에 성탄절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쿠바에서 종교 활동이 확산했고 이후 성탄절도 공식 휴일로 지정됐다.
카스트로 의장은 렌치 총리와 회담을 가진 다음 공동기자 회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혜와 인간미에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우리는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를 비난하고 인권을 도구화하는 정책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소개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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