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1987년 이후 최악 참패…밀리밴드 대표 사임요구 받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영국 총선이 예상 밖의 집권 보수당의 압승으로 전개되면서 영국 정계 개편의 회오리가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참패한 노동당에서는 에드 밀리밴드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영국 BBC는 집권 보수당이 전체 650석의 절반인 32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8일(현지시간) 오전 보도했다. 전날 총선 투표 마감 직후 공개된 예상 의석 수 316석보다 9석이 증가한 것이다. 사실상 연정 없이 보수당이 단독 집권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보수당이 실질적인 과반에 필요한 323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수당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관례상 영국 의회에서 하원 의장과 부의장은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또 북아일랜드 가톨릭계 주민의 독립을 추구하는 아일랜드공화국(IRA)의 정치조직인 신페인당(Sinn Fein)은 아예 영국 연방의회 출석 자체를 거부한다. 2010년 총선에서 5석을 얻었던 신페인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최소 4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과반은 323석 정도라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노동당은 239석을 확보하는데 그쳐 1987년 이후 최악의 총선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밀리밴드 노동당 대표는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의 게리 서트클리프 전 의원은 밀리밴드 대표가 당 대표직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다른 누군가가 당 대표를 맡아야 할 시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밀리밴드 대표는 총선 참패가 예상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이고 힘든 밤이라며 노동당 동지들과 지지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 부총리인 닉 클레그 자유민주당 대표도 사임을 암시했다. 그는 자유민주당에 잔혹하고 지독한 고통의 밤이라고 밝혔다. BBC는 자유민주장의 최종 의석 수가 8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2010년 총선 57석에서 49석을 잃었다.
캐머런 총리에게도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바로 스코틀랜드다.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은 스코틀랜드에 배정된 59석 중 56석을 확보했다. 2010년 총선 당시 6석에 불과했던 의석을 9배로 늘린 것이다.
SNP의 니콜라 스터전 대표는 총선 전 TV토론에서 캐머런의 연임을 막겠다고 말했던 인물이다. 그는 총선에서 보수당이 원내 1당이 되더라도 노동당과 손 잡고 캐머런 총리를 다우닝가에서 쫓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 밖의 보수당 압승으로 캐머런 총리의 연임은 막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FT는 캐머런 총리가 스코틀랜드 민족주의자들과 긴장관계가 극도로 높아질 영국을 이끌게 됐다고 전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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