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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치려다 목 내놓은 슈퍼甲들의 막말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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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막말 이메일 보낸 후 비난에 모든 보직 사퇴...끊이지 않는 지도층 막말 파문, 자질 향상 및 사회적 인식 변화·제고 필요

목 치려다 목 내놓은 슈퍼甲들의 막말 파문 박용성.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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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유제훈 기자, 원다라 기자]'대학 기업화'를 진두지휘하던 박용성(74ㆍ사진) 중앙대학교 이사장이 '막말 파문'으로 모든 보직에서 사퇴하면서 사회지도층의 잇단 폭언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법적 처벌과는 별개로 사회를 이끌어가는 계층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막말을 뱉어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스스로 패가망신한 격이라는 지적과 함께 시민의식 제고를 위해 지도층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중앙대 등에 따르면 박 이사장은 지난달 보직교수 20여명에게 보낸 이메일에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하겠다.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며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 주겠다"고 적었다. 박 이사장은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21일 중앙대 이사장직, 두산중공업 회장 직 등에서 사임했다.

그런데 이 같은 지도층의 막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막말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결국 본인과 조직에 큰 해를 끼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기업인들의 막말은 개인 차원을 떠나 불매 운동 등으로 이어져 해당 기업의 존폐의 위기를 가져오기도 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ㆍ남양우유ㆍ포스코 '라면 상무' 사건 등이 대표적 사례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뉴욕~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승무원들을 향해 "야 이 XX야, 빨리 기장한테 연락해서 후진하라 하고 너 내려"라는 등 폭언을 퍼부었다. 부친인 조양호 회장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건 후 대한항공은 예약 취소에 시달렸고, 기업가치는 국내 100대 브랜드 중 6위에서 45위로 수직하강했다.

포스코도 2013년 4월 계열사 왕모 상무가 대한항공 비행기에서 '라면이 설익었다'며 승무원에게 막말ㆍ폭력을 휘둘러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남양유업은 2013년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막말을 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불매운동에 시달리면서 여전히 시장에서 예전의 지위를 회복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막말=망신' 퍼레이드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다는 직업인 '판사'들도 빠지지 않고 있다. 최근 수원지방법원의 이모 부장 판사는 포털사이트에 '일베충' 수준의 막말 댓글을 달다가 사직했다.


그는 2~3개의 아이디를 사용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투신의 제왕'으로,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촛불 폭도'로 지칭하는 댓글을 수천개 이상 달다가 법원의 감찰을 받고 징계가 검토되자 사직했다. 2012년 12월엔 서울동부지법의 유모 부장판사가 재판 도중 60대 증인을 향해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고 막말을 퍼붰다가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목 치려다 목 내놓은 슈퍼甲들의 막말 파문 사진=JTBC 방송 캡처



문화계 인사 등도 빠지지 않는다. 최근 물러난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도 직원에게 욕설과 성희롱 막말을 퍼부었다가 '공든 탑이 무너진' 사례다. 박 전 대표는 직원들에게 "너는 짧은 치마 입고 다리로라도 음반 팔아라", "나비넥타이 매고 예쁘게 입혀서 나이 많고 돈 많은 할머 니들에게 보낼거다"는 등 막말을 했다가 고소를 당해 결국 사퇴했다.


하지만 막말의 으뜸은 정치권이다. 대부분 막말을 해놓고도 '선출직'이라는 핑계로 사과로 끝나는 일이 다반사지만 결국 큰 망신을 당하는 일도 많다.


2014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아들 정모씨가 했던 '국민 미개' 발언이 대표적 사례다. 정씨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돼서 국민의 모든 니즈를 충족 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된다"며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씨의 발언은 안 그래도 불리했던 아버지의 선거 패배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노무현 비자금 계좌' 발언도 '패가망신'을 자초한 막말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는 2010년 경찰관 대상 특강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뭐 때문에 사망했습니까? 뭐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버린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됐지 않습니까? 차명계좌가."라고 말했다가 유족들에 의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됐다. 결국 허위 발언을 이유로 2013년 대법원에서 실형 8개월을 확정 선고받고 복역했다.


한 순간에 전국 여성 아나운서들의 '공적'이 된 강용석 전 의원의 막말도 유명한 사례다. 강 전 의원은 2010년 7월 국회 전국대학생토론회 뒤풀이 자리에서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에게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 등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성적 비하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되는 바람에 정치인으로서의 앞길이 일단 막힌 상태다.


이같은 막말은 몇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갑(甲)'의 위치에서 약자인 '을(乙)을 향해 퍼부어졌다는 점이다. SNS를 통해 이들의 막말이 순식간에 확산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는 점도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우선 소위 '오피니언리더'들의 자질 향상이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오피니언리더들의 말은 사회적 기여 뿐만이 아니라 '품격'을 드러내며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다"며 "SNS로 말의 전파속도가 빨라진 현실에서 사회지도층의 막말은 곧바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권위와 강압이 아닌, 설득과 공감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명숙 고려대 사회학과 박사도 "막말이 분노의 표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전 이사장 등의 막말은 감정적인 언어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며 "사회지도층이 소통의 방식으로 예절, 규칙, 법 등 제도적 차원의 방법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으로 '튀어야 산다'는 경쟁 위주의 문화가 막말을 양산해내는 만큼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한 언론 기고문을 통해 "막말을 약화시키려면 불평등 완화ㆍ복지제도 강화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며 "무조건 남보다 나아야 한다는 지나친 경쟁주의 문화보다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민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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