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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정부 새 정책 '옆구리 터진 만두'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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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정부 새 정책 '옆구리 터진 만두' 같아라 조영신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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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으로 만두만한 게 없다. 보들보들한 만두피에 양념장을 살짝 찍어 먹으면 입이 즐겁다. 만두는 한끼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하다.


만두의 원조는 중국(꽃빵)이지만 우리나라에 전해지면서 훨씬 더 맛스럽게 변했다. 만두는 소의 내용물에 따라 고기만두, 김치만두, 야채만두 등으로 나뉜 다.

피를 익히는 방식에 따라 물만두, 찐만두, 군만두라고도 부른다. 크기와 모양에 따라 왕만두, 편수, 둥근만두 등 다양하게 불린다. 만두의 첫 맛은 피가 좌우한다. 만두피가 두꺼우면 만두소의 참맛을 느끼기 어렵다.


얇은 만두피는 식감을 부드럽게 하고 만두를 더욱 쫄깃하게 한다. 피가 얇다고 해서 모두 만두가 맛있는 것은 아니다.

만두소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만두피의 두께를 조절해야 만두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만두피가 너무 얇아 소가 다 보이는 누드만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별루다. 씹기 전 어떤 맛인지 미리 알 수 있어 그렇다.


또 만두피가 너무 얇으면 조리과정에서 터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옆구리가 터진 만두는 맛이 없다. 만두소는 만두 맛의 깊이를 좌우한다. 만두소의 재료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꿩고기 등이 쓰인다.


또 김치와 숙주, 부추, 당근, 오이, 양파 등이 고기 재료와 함께 들어간다. 당면과 두부도 이들 재료와 만나 훌륭한 만두소가 된다. 만두소의 다짐 정도는 만두의 식감과 직결된다. 너무 많이 다지면 만두의 씹는 맛이 없어지고, 소의 재료가 입 안에서 따로 논다. 만두소의 내용물이 제각각으로 다져진 경우도 만두의 맛을 떨어뜨린다. 만두의 소 재료 각각이 본연의 맛을 유지하면서 재료 간 협업할 수 있을 정도로 다져져야 살아 있는 만두, 맛있는 만두가 된다.


장황하게 만두 이야기를 한 것은 최근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정책이 맛없는 만두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은 그 맛을 알 수가 없다. 대표적인 것이 배당정책이다. 배당을 늘려 내수를 살리겠다는 배당확대 정책은 처음부터 결과가 뻔히 보였다. 마치 누드만두처럼 말이다.


배당확대로 대주주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미수로 끝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임금인상 요청은 미안하지만 옆구리 터진 만두였다. 만두소의 협업은커녕 소 간 잠재적 논란만 키운 정책으로밖엔 안보인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소비(내수)주도형 경제로 탈바꿈하려는 정부 의도는 물에 빠진 군만두다. 수출주도형 경제로 성장한 한국경제가 하루아침에 소비주도형 경제로 바뀔 수 없다. 내수침체의 원인은 심리적인 부분이 더 크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소 각각의 맛을 느낄 수 없는 인스턴트 냉동만두나 다름없다. 마트에서 파는 인스턴트 냉동만두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을 뿐 이렇다할 맛이 없다.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고 시장 참여자들이 아우성치는 것은 당연하다.


성공(?)적으로 끝난 안심전환대출은 중국식 만두 꽃빵이다. 모양새는 그럴듯 하지만 만두의 꽃, 소가 없다. 은행의 희생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단기 처방이다. 은행권의 수익저하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우리는 이미 외환위기때 경험했다.


만두를 잘 빚는다는 만두집은 항상 손님들로 붐빈다. 붐비는 만두집 만두는 만두피와 소가 따로 놀지 않는다. 또 그 용도에 맞게 요리를 잘 한다.


손님 상에 옆구리 터진 만두를 내놓지도 않고, 인스턴트 냉동만두로 손님을 기만하지 않는다. 양념장 맛이 남다른 것은 기본이다. 줄을 서 기다려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지만 맛있는 만두를 맛보기 위해선 감내할 만하다.


정책 당국자들에게 맛있는 만두집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괜한 오지랖일까. 정책 당국자들끼리 모여 만두 회식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조영신 산업2부장 as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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