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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베토벤 5번 교향곡, '생기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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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베토벤 5번 교향곡, '생기초'라고요? 허진석 문화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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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좋아하세요?" "예,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이요." "에이~ 그건 초보자들이 듣는 거고…."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을 '생기초'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 그럴 수 있다. '운명 교향곡'. 1악장을 열어젖히는 '운명의 동기(빠바바밤~)'는 클래식 음악을 상징한다.

베토벤은 제자에게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들긴다"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5번 교향곡을 '운명 교향곡'이라고 부르는 곳은 일본과 한국뿐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시작하고 우리가 따라했을 것이다. 우리 음악에도 일본이 남긴 흔적은 적지 않다. 일본에서 들여온 음악 용어도 숱하다.


곡명도 예외는 아니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는 한동안 '춘희(椿姬)'였다.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동백아가씨'가 적당한데 펄쩍 뛰는 분도 있다. "저속하게!"라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흔히 '조곡(組曲)'이라고 부른다.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은 내가 어릴 때 가장 먼저 친해진 클래식이다. 아버지가 늘 곁에 두고 지내신 라디오에서 이 음악을 들었을 것이다. '엘리제를 위하여'와 5번 교향곡 가운데 어느 곡과 먼저 친해졌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엘리제는 요즘도 내 사무실이 있는 을지로와 충무로 근처에서 자주 듣는다. 짐을 싣는 트럭이 후진할 때, 편의점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을 때. 베토벤이 환생하여 뒷골목을 거닐다 이 음악을 듣는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사자머리를 휘날리며 트럭으로 달려가 운전석에 앉은 사나이를 한 대 올려붙였을까. 나는 베토벤이 매우 기뻐했으리라고 상상한다. 자신이 만든 선율이 구슬땀을 쏟으며 열심히 일하는 삶의 현장에 흐르는 사실을 알고 희열했을 것이다.


나는 5번 교향곡을 담은 음반을 내가 좋아하는 분들에게 선물하기를 즐긴다. 이 음반을 여러 장 모았다. 연주 단체별로, 지휘자별로. 어느 연주도 실망을 주지 않는다. 굳이 고르라면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1975년 연주(빈 필하모니커)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1954년 연주(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꼽겠다. 한 해가 시작될 무렵 이 곡을 꼭 듣는다. 나는 베토벤의 '빠바바밤~'이 불길한 예감이나 가공할 미래에 대한 예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크는 내가 한다. 나는 굳게 닫힌 운명의 문 앞에 서서 설레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오른손 중지의 두 번째 마디를 사용해 문을 두드린다. 빠르고 씩씩하게. 빠바바밤~.


청각은 시각ㆍ후각ㆍ미각ㆍ촉각과 더불어 오감(五感, five senses)을 이룬다. 나는 보고 듣고 먹고 마시기를 좋아하는 인간으로서 여러 감각을 연결하기를 좋아한다. 나의 베토벤 5번 교향곡은 다소 생뚱맞게도 '자장면'과 만난다. 나는 아버지를 따라가 첫 자장면을 먹었고, 스위치를 넣으면 한동안 '웅-' 소리를 내는 라디오로 베토벤의 노크 소리를 들었다. '오세암'과 '물에서 나온 새'를 쓴 고 정채봉 선생은 대학로 '진아춘'에서 내게 점심을 사주며 '자장면이 맛없으면 늙은 거다'라고 했다. 나는 요즘도 자장면 곱빼기를 먹는다. 자장면이 맛없어질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누가 알랴. 예상 못한 순간에 갑자기 춘장 냄새가 역겨워질지. 혹시 그런 때가 오면, 얼른 베토벤 5번 교향곡의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려 봐야지. 그때는 '빠바바밤~'이 누군가의 노크 소리로 들릴지 모른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오는 20일부터 나흘 동안 예술의 전당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다. 이반 피셔가 지휘하는 5번 교향곡은 첫날의 레퍼토리다. 신문에 난 인터뷰 기사를 읽으니 피셔는 "베토벤은 청중을 다른 사람,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드는 것으로 교향곡의 목적을 바꿔놨다.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는 영적인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나도 가서 들으려 한다.






허진석 문화스포츠레저부장 huhba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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