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1.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그리고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인 원칙까지 같이 고려하면서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2. 세금이 공정해야 합니다. 가계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세부담 증가속도가 두 배 가량 빠릅니다. 작년만 해도 중산층의 세부담 증가율이 고소득층보다 6배 이상 높았습니다. 법인세도 정상화해야 합니다. 대기업에 대한 최고세율을 부자감세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이는 각각 유승민 새누리당 원대대표와 문재인 새천년민주연합 대표의 국회 연설의 일부다. 유 원내대표와 문 대표의 정책 방향에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 모처럼 정책 공감 형성= 이처럼 여야 지도부가 증세의 당위성에 공감하는 만큼 정치권에서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논의가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내에서 부자ㆍ법인세 증세를 당론으로 수렴시키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치열해질 듯하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연설에서 “최근의 여야 대표연설은 대부분 우리 국회가 세금과 복지 문제에 관한 대타협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며 “지난 2월 우윤근 원내대표님도 이런 제안을 했다”고 운을 뗀 뒤 “세금과 복지 문제에 대한 여야 합의기구의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도 세금과 복지 문제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9일 문재인 대표는 이에 호응해 “새누리당이 법인세도 예외 없이 다룰 수 있다고 한만큼 법인세 정상화 조세개혁을 곧바로 추진하자”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루게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된 조세감면 제도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소득세는 최고세율 구간 설정을 높이고 누진율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ㆍ청와대ㆍ각론 험로= 유 원내대표가 부자?대기업 증세를 주장했지만 이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연설과 차이가 난다. 김 대표도 ‘증세 없는 복지’가 실현 가능한지 회의를 표명했지만 그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증세하기보다는 복지예산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여당의 두 톱의 견해가 엇갈린 만큼 유 원내대표가 자신의 제안을 새누리당의 정책기조로 만들기는 만만치 않은 과정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연설을) 아주 신선하게 잘 들었다”면서도 “같이 고민하자는 그런 뜻이기 때문에 당의 방향으로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부자·대기업 증세와 관련해 새누리당 외에 청와대도 설득해야 한다. 유 원내대표의 증세 방향이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전면 부정했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난감해하고 있다.
다른 쟁점은 중산층에 대한 증세다. 유 원내대표는 “(부자ㆍ대기업 증세로) 조세의 형평성이 확보되어야만 중산층에 대한 증세도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서민ㆍ중산층 증세는 자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증세를 위한 여야 합의기구가 설치되더라도 각론을 놓고는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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