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한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둘러싸고 여야가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야당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여당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반응과 달리 피아(彼我)가 뒤바뀐 상황인 셈이다.
유 원내대표는 8일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했고 법인세에 대해서도 "더 이상 성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모두 좀처럼 새누리당에서는 나오지 않는 얘기들이다.
정부의 경제, 조세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으로도 읽히는 원내대표의 연설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개인의 소신을 밝힌 것으로 애써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현실과 동떨어졌고 정부 정책에 부담만 안겨줬다"는 부정적인 지적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금을 복지에 투입할 수 없다",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말이 안된다"는 내용의 격앙된 의견도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여당 내부에서의 논쟁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도와 진보 진영을 끌어안아 당의 외연을 넓혔다는 옹호론이 있는가 하면 당내 조율과정이 끝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등 개인정치를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야권은 한목소리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합의의 정치를 제안한 데 공감하고 세월호 인양에 대한 의지와 세월호특별법시행령 개선을 촉구한 점은 특히 환영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가계부 미이행에 대한 반성과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고백 역시 야당이 반색할 만한 소재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찬사를 보낸다며 "새누리당의 건전보수세력으로의 변신은 국민 모두의 바람"이라고 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9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어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을 의미 있게 들었다"며 "상생의 길을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와 새누리당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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