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를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차가 크다는 걸 확인하는 자리에 그쳤다. 인사청문회가 끝났지만, 여야가 여전히 대립하고 있어 대법관 공백은 더욱 길어지게 됐다."
지난 7일 열린 박 후보자 청문회를 지켜본 법조계 관계자의 푸념이다. 박 후보자 청문회는 야당의 반대로 임명 제청 76일 만에 열렸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라는 현대사와 마주한 청문회는 자정까지 이어졌다. 안상수 창원시장 등 증인·참고인 심문에만 6시간이 할애됐다. 우리 현대사에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어렵게 열린 청문회는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박 후보자가 이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전력을 들어 자진사퇴를 요구했던 야당은 이날 청문회 종료 직전 "자료가 부실했다"며 연장개최를 요구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도 합의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 검증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당시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며 감싸기로 일관했다. 때로는 박 후보자와 검찰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박 후보자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부의 훈장을 받고 검사장으로 승진했다는 반론도 빠지지 않았다.
청문회 종료 후에도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대법관 공백은 오늘로 50일째를 맞았다. 야당의 입장이 변하지 않을 경우 정의화 국회의장이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 여당 단독으로 처리해야 한다. 4월 임시국회가 진행 중인 데다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단일 수 있다.
안타까운 건 정치 현안에 막혀 대법관 공백 사태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억울한 피해자들이 최고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시간이 늘고 있는 셈이다. 부끄러운 과거를 돌아보고 교훈을 얻는 것만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재판받을 권리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대법원의 시계가 멈춰선 안 된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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