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천공·움직이는 홀로그램 등 각종 위폐 방지장치 도입
파격적 색감·디자인도 한 몫…'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폐'로 꼽히기도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위폐범들이 몹시 싫어하는 지폐가 있습니다. 바로 스위스 프랑입니다. 20여개에 달하는 위조지폐 방지장치가 도입돼 있어 가짜를 만들어 내기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지요.
스위스 프랑을 다른 나라의 지폐와 비교해 보면 가장 먼저 인물의 초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모든 지폐에는 해당 국가의 유명인이나 지도자의 초상이 삽입돼 있는데요, 대부분은 지폐의 3분의1이 채 넘지 않습니다.
하지만 총 6권종의 스위스 프랑 앞면에는 절반 이상에 인물이 그려져 있습니다. 색이 진하고 선명한 것도 눈에 띄는 데요. 스위스만의 표현기법이 그 비결입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요판조각으로 인물 초상을 표현하는 것과 달리, 스위스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선의 굵기와 명암을 표현했습니다. 인물의 얼굴이 디테일하게 구현되다 보니 위조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깁니다.
스위스 프랑만의 위조방지 기술에는 레이저 천공도 있습니다. 지폐 앞면 상단의 중앙에 빛을 비춰보면 액면의 숫자가 지폐를 관통한 것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1998년부터 발행한 지폐에 이 기술을 적용했는데요, 한국은행도 한때 고액권 발행에 레이저 천공 기술의 도입을 검토한 적 있습니다.
이처럼 스위스 프랑에 도입된 위조방지 기술은 20여개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것 외에도 보는 각도에 따라 형상이 제각각으로 변하는 홀로그램 장치와 숨은 그림(은화), 시각장애인용 요철문양 등 각종 기술이 위조지폐 방지를 위해 들어가 있습니다.
스위스 프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폐'에도 늘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화폐전문가들은 색감이나 인물 구현방식 등 예술적 표현기법을 위조방지 기술로도 활용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요. 인물 초상과 제판 방식이 세로 형태로 구성한 것도 스위스 프랑의 특징입니다.
2005년 열린 새 은행권 공모 당선작 역시 스위스만의 파격적인 감각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마누엘 크렙스(Manuel Krebs)가 디자인한 은행권은 우리 몸의 각종 세포와 DNA, 배아를 묘사한 그림 등이 반영돼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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