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투자업계의 자정 노력을 주문했다.
황 회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CFA코리아-대신 컨퍼런스'에 참석해 "우리나라 조선·전자·자동차·화학업 등이 전 세계 5위권으로 성장하는 동안 금융업은 80위권에 머물러 있다"며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지 않으면 30년 후 금융산업은 어떤 모습일 지 심히 걱정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우간다 수준으로 전락한 원인 중 하나는 증권업계가 과감하게 매도 리포트를 내지 못했던 것"이라며 "증권사 고위 관계자들이 투자자 보호보다 회사의 영업이익을 우선시했던 게 오늘날 단기투기 성향이 강한 자본시장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증권사가 매도 리포트를 발행하면 해당 기업이 애널리스트나 기업금융(IB) 부서에 연락해 향후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업무를 맡기지 않겠다고 한다"며 "하지만 애널리스트가 해당 기업 주가가 과평가됐다고 판단하면 과감히 매도 리포트를 내고 이를 사장과 임원이 지원할 때 투자자 보호 관행이 정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씨티증권이 상장 주관사로 참여했던 제일모직에 대해 '매도'의견을 제시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과거 규제 완화 후 발생한 카드사태, 동양사태 등을 거론하며 황 회장은 "일각에서 정부의 과잉 규제로 금융산업이 정체됐다고 주장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며 "업계 스스로가 투자자를 보호하고 자정 노력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규제를 완화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정부의 산업정책·법·제도와 업계의 치열한 노력이 어우러지면 우리나라 금융 산업이 도약할 수 있다"며 "정부가 규제일변도의 규제 정책을 집행하고 업계가 투자자보호 등의 중요한 문제를 등한시한다면 금융 산업은 20~30년 후에도 지금과 비슷한 수준에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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