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개 회원사 대표 직접 만나며 소통
-당국엔 '업계 규제 풀어달라' 목청 높여
-'힘 있는 협회' 만들기, 해결사로 나서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劍투사'가 변했다. 특유의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검투사로 불리던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취임 한달 만에 부드러운 남자로 변모했다. 지난달 4일 취임 후 당국,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각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듣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금융투자업계 수장으로 오르면서 '힘있는 협회'와 '소통'을 약속했다.
황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선물 등 다양한 업권의 대표들을 만나며 업계 전반의 현안과 의견을 듣고 있다. 최근에는 자산운용사 대표들을 만나 사모펀드 규제 개혁에 대한 의견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원사가 164개에 달해 황 회장은 20여개에 가까운 소규모 단위로 쪼개 회원사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기 위해서다.
협회 내부에서도 사원, 대리급 직원들부터 만나 의견을 수집하며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조용한 행보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당국, 정치권쪽 인사들과 만날때는 업계 현안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높힌다. 할말은 한다는 얘기다.
요즘 그의 행보를 보더라도 그렇다. 업계의 목소리를 당국에 전달하는데 주력한다. 공식 행사에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관계 당국과 만날때 마다 업계 규제 완화를 요청한다. 지난달에는 샤오강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일행도 만나 중국 자본시장 진출과 관련한 현안을 논의했다.
이처럼 황 회장이 취임 후 폭넓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절박한 상황 인식 때문이다. 최근 증시 부진, 자산운용시장 위축 등으로 금융투자업은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됐다. 증권사에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분 지 오래고 주식시장에도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거래세 폐지 같은 규제완화는 업계의 숙원사업으로 떠올랐다.
황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서도 "업계 대표를 두루 만나면서 기대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며 "규제완화 등 업계의 목소리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누구보다도 업계가 자신을 회장으로 앉혀준 결정적인 이유가 업계 활성화에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취임 한달간 그를 지켜본 결과, 금융투자업 전반에 걸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 대표, 삼성투자신탁운용 대표, 삼성증권 대표,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KB금융지주 초대 회장 등을 거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과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고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는 등 정치권에서의 마당발 인맥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황 회장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겠지만 업계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외부에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한다"며 "황 회장이 크게 위축된 금융투자업계에 훈풍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지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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