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사회적 약자의 삶에 밀착해 복지의 최전선에 서는 이들이 사회복지사다. 이들은 국가의 의무를 대리한다. 현장에서 나타나는 모든 문제들을 진단하고 추가로 지원할 부분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핀다. 그런데 정작 사회복지사들의 삶은 피폐하다. 1970년 사회복지사 자격제도가 도입된 후 45년이 지났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 없다. 그 현장으로 들어가본다. <편집자주>
(1)-욕설에 성추행까지…'복지' 없는 고단한 삶
"아이 관리 못한다" 칼들고 협박 알콜중독자는 "좋아한다"며 성추행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야이 XX야." 인천시 남구의 발달장애인을 맡는 사회복지사 임모(32)씨. 그는 기관에서 지내는 한 장애인의 부모가 뱉어낸 욕설에 자괴감이 들었다. 차도로 뛰어드는 자폐성 장애인을 막는 과정에서 셔츠가 찢어졌는데 이것을 본 그의 부모가 임씨에게 화풀이를 한 것. 그 후에도 그 부모는 복지관에 "임씨를 내보내라"고 민원을 넣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다.
#'덥썩.' 알콜중독자 A씨는 상담하던 사회복지사 김현지(28 가명)씨의 손을 잡았다. 몇차례 면담으로 김씨가 익숙해진 A씨는 그를 다짜고짜 껴안기까지 했다. A씨는 "좋아한다"며 사랑고백을 했다. 김씨는 화들짝 놀라 그를 신고했다.
사회복지사에게는 정작 '복지'가 없다. 이들은 성희롱과 협박, 폭력, 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2013년 국가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사회복지사중 29%가 클라이언트(내담자)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취약계층의 사회복지사를 향한 폭력은 이미 일상이다. 서울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회복지사 김모(29)씨는 "가정폭력 때문에 아이를 맡긴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서 복지기관에 칼을 들고 와 행패를 부리는 일도 종종 있다"고 소개했다.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이내 직원들은 숨기 바쁘다"고 했다.
복지사가 겪는 성희롱 문제도 심각하다. 국가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사의 약 6.4%가 성희롱, 성추행 등을 경험한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의 70% 이상인 데다 기관마다 인력부족으로 이들이 1대1로 상담자를 만나는 경우가 있어 실제 피해는 더 크다고 본다.
삶이 고단한 상대를 대하다 보니 정신적 스트레스도 크다. 인권위는 "감정노동 수행정도는 타 업종과 비교할 때 상당한 수준"이라 지적한다. 스트레스에 시달린 복지사들은 우울증에 빠진다. 정규직 사회복지사는 30%, 비정규직은 41%가 우울증을 겪는다고 보고돼 있다. 2013년에는 경기도, 울산 등지의 사회복지사 3명이 연달아 자살하기도 했다.
이토록 악조건에서 취약계층 보호업무에 나서고 있으나 사회복지사들은 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인권위가 폭언ㆍ폭행ㆍ성희롱 피해를 입은 786명의 사회복지사를 설문조사한 결과 개인적으로 참고 넘겼다(31.8%)는 답과 주변동료와 푸념하거나 하소연하고 넘겼다(49.6%)는 답이 80%에 달했다. 반면 고충처리위원회와 외부시민단체, 법적대응을 한 경우는 5% 이내였다. 피해경험자의 81.4%가 사실상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경우 더 어려워질 게 뻔하다는 생각에서다. 사회복지사 권모씨는 "'사회복지사로서 처벌이나 보상을 요구해도 될까' 하는 고민이 따른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박현실 전국사회복지유니온 사무처장은 "정부 차원에서 고충처리를 활성화하는 등 사회복지사의 인권침해가 도를 넘어섰다"면서 "취약계층의 인권과 복지를 강화하듯 이들의 현실을 어루만지는 이들의 인권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복지사 스스로가 권리침해에 대해 당당하게 주장하고 집단적으로 연대해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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