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유로존의 양적완화에 따라 달러화가 급등하면서 유럽증시를 제외한 전세계 증시에 꽃샘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다음주 17일(현지시간) 개최될 예정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불안감이 달러강세와 겹치면서 공포심리를 더욱 키우고 있다.
전날 유로화대비 달러 환율은 1유로당 1.0557달러를 기록해 지난 2003년 4월 이후 1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증시는 유로화 하락에 따른 수출확대 기대감에 상승세로 마감했지만 미국 및 각국 증시는 달러화가 급격히 강해지면서 자국통화 급락 여파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도 원·달러 환율이 지난 9일 이후 3거래일간 27.8원 급등하면서 2000선에서 1980선으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달러강세가 만든 변동성 장세의 중심에 미국의 조기금리인상에 대한 공포심리가 들어있다고 짚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을 상회하면서 생겨난 공포심리가 유로화 약세와 맞물려 달러화 급등을 만들었기 때문에 FOMC 전까지는 단기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나친 공포심리를 가지기보다는 단기적으로 발생할 변동성 장세를 이용해 저가매수, 혹은 달러화강세에 맞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 금주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것이 유로화 약세와 맞물려 달러강세의 주요 요인이 됐다. 지난 주말 미국의 실업률과 신규고용증가 건수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고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노동부 고용보고서에서 1월 구인건수가 2001년 이후 최대치인 499만8000건을 기록했다는 발표가 더해지면서 미국의 조기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국내 금융시장 역시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급등했다. 이번주 들어서면 2.5% 상승하며 1130원대에 육박하고 있고 코스피는 1.6% 하락했다. 하지만 실제 미국이 기준금리를 갑자기 인상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당장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고 대외 경기가 불안하다는 인식을 가진 연준이 6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도 쉽지 않아보인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 시점 전망은 9월이 가장 높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조사대상 74개사 이코노미스트들 중 2분기 금리인상을 전망하고 있는 숫자는 27명에 불과하고 전미기업경제학회(NABE) 조사결과도 응답자의 62%가 하반기 첫 금리인상 실시를 전망하고 있다.
국내 증시 입장에서 미국 금리인상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는 이유는 기준금리 인상 단행 시점부터 매우 가파른 달러강세가 나타날 것이고 이는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를 유발, 외국인 자금유출과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미 연준이 실제 금리인상을 단행한다고해도 일시적 변동성 확대 이상의 패닉국면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점의 움직임을 보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 이전의 가파른 달러강세는 금리인상 이후에도 지속된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는 시점부터는 오히려 강세가 일단락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실제 정책변경에 앞서 사전적으로 형성된 달러강세 기대감이 반영된 이후에는 해소국면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달러의 장기적 상승추세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해도 급격한 달러강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반영된 완만한 달러화 상승은 국내증시에 있어서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내 경기 및 증시에 대한 지나치게 부정적인 견해를 가져갈 이유는 크지 않다.
◆천정훈 키움증권 연구원= 최근 달러화가 요동치고 각국 증시가 달러강세 여파에 휘말리는 것은 6월이든 9월이든 일단 연준의 금리인상시기가 가시권 내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금리인상 이후에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이 나타날 전망은 분명하지만 일단 금리인상을 전후해 변동성 확대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에 따른 유로화 급락이 맞물리며 달러의 급격한 상승이 나타나고 금융시장의 격렬한 변동성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장세에서는 기민한 대응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낮아진 변동성의 지속으로 응축된 시장 에너지가 부정적 재료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시점이고 차익실현을 빌미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만한 다수의 재료들이 포진돼있다. 지난 2004년 미국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당시 금융시장을 돌아봐도 금리인상을 앞두고 변동성 순환주기가 짧아지면서 확대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이러한 상황 속에서 취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2가지로 판단된다. 첫째는 순환적 변동성 확대를 전략적으로 이용해 저가매수하는 전략이다. 금리인상 이후 증시의 중, 장기적 상승추세가 유효하다면 현금비중의 신축적 운용과 조정시 매수전략으로 포트폴리오 교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변동성에 직접 베팅하거나 달러화강세, 금리인상에 취약한 자산에 대한 매도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변동성확대에 따른 주식의 롱포지션의 손실을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