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코스피가 지난해 9월말 이후 5개월여만에 2010선을 넘어서면서 추세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다시 박스권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가 9일부터 시작될 예정이고 이에따른 호재가 시장에 이미 많이 반영됐지만 외국계 자금이 실제로 얼마나 유입될지 여부도 투자심리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4년간 장기박스권 내에서 지속돼온 2000선 탈환 국면과 현재의 국면이 많이 다르다고 짚었다. 특히 경기둔화가 아닌 공급경쟁에서 시작된 유가경쟁으로 기업의 이익개선 가능성이 높은만큼 일부 차익실현에 따른 부침은 존재해도 2000선 돌파 이후 추세적 상승 및 안착과정이 무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지난 2011년 이후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있던 4년동안 코스피는 줄곧 2000선을 넘어서 장기박스권 상단에 진입했다가 도로 내려앉곤했다. 투자자들이 아직 불안심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경험이 계속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년간 2000선 국면과 최근 2000선 국면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가격변수 중 하나는 국제유가다. 지난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코스피 2000선 국면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었다. 지금은 절반정도 수준인 50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국제유가가 국내기업의 매출액과 매출원가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변수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 하락은 제조업 생산원가에 영향을 주면서 매출원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또 한편으로 글로벌 수요 및 경기둔화라는 해석을 가져오기 때문에 매출액도 동시에 감소시킨다.
그러나 이번 유가 급락은 경기측면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가 급락하는동안 OECD 경기선행지수는 확장국면(100)에서 꾸준히 상승해왔다. 오히려 중동과 미국간 불붙은 원유공급 경쟁이 유가급락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단기 상승 이후 박스권 회귀가 일어나기보다 좀더 추세적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투자아이디어는 국제유가 변화에 따라 매출액 민감도가 매출원가보다 낮은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해당기업은 매출총이익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또하나는 매출대비 주가비율을 보여주는 주가매출액비율(PSR)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저PSR 기업의 경우 매출원가 하락으로 매출총이익이 개선될 경우 가격메리트가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매출총이익 변화에 영업이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이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세단계를 거쳐 종목을 골라보면 현대차, 현대위아, 대우인터내셔날, 한화케미칼, 현대상사, 세방전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 최근 코스피 상승은 사실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유럽 및 각국의 정책모멘텀과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 작년말부터 나타난 환율상승과 유가하락에 따른 영향력,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감, 정부의 부동산대책 등 대내외적 호재가 합산된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 수급에만 의존하거나 단기 정책모멘텀에 의존했던 2000선과는 차이가 있으며 일부 차익실현에 따른 부침은 존재해도 2000선 안착과정이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0선 돌파 이후 코스피에서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감소한 대차잔고다. 코스피가 단기 박스권 상단인 2000선을 돌파하면서 사상최고치에 달하는 대차잔고에 대한 숏커버링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 롱숏펀드의 주요전략은 펀더멘탈 롱숏이며 최근 코스피가 2000선에 근접하면서 그동안 업황사이클의 악화로 낙폭이 과대했던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숏포지션에 변화가능성이 존재한다.
업종별로 대차잔고가 최근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거나 감소중인 업종, 동시에 업종지수는 바닥권에서 턴어라운드 중인 업종을 중심으로 선별하면 건설, 증권, IT, 철강, 미디어, 유통, 조선, 화학 등이 숏커버링 가능업종으로 추출된다.
특히 이중에서도 단기 숏커버링의 수급적 요인과 매출 및 마진확대의 실적기대감이 동시에 부각될 건설, 철강업종 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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