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상장사들 예측-실제 실적 오차율 기재 의무화하기로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2013년 개인투자자 A씨는 대우건설의 실적 예측공시를 믿었다가 낭패를 봤다. 대우건설은 예측공시에서 영업이익이 4230억원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 실적은 2530억원 적자였다. 예측공시와 실제 실적이 6760억원 차이가 난 것이다.
상장사들의 뜬구름 실적공시가 투자자들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에 금융당국이 나섰다. 투자자들은 상장사들의 예측 실적과 실제 실적의 오차율을 확인할 수 있게 돼 투자에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상장기업들이 실적 예측공시를 낼때 실제 실적과의 오차율을 과거 연도별로 기재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 공시서식을 개정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내놓은 예측이 실제 실적과 얼마나 들어맞았는지 투자자들이 알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기업들의 지나친 뜬구름 공시 행태가 원인이다.
이런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기업들의 예측공시와 실제 실적과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 대한항공은 영업손익에서 예측공시로는 6600억원 이익이 날 것으로 봤지만 실제는 180억원 손실로 나타났다. 동종업계인 아시아나도 예측치는 3600억원 이익이었지만 실적치는 620억원 손실을 입었다.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현대하이스코는 매출액이 8조49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적치로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4조460억원으로 공시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도 9630억원 매출액으로 예측공시됐지만, 실적치는 740억원에 불과했다.
이같이 예측공시와 실제 사실이 차이가 나는 기업은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조치여서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있었다. 오차율 기재 의무화 방안이 마련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사전에 투자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투자자들은 오차율을 보고 현명한 투자판단을 할 수 있을 것"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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