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요즘 미국 경제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유럽 경제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그리스 사태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는 투자자들에게 나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최근 유럽 경제가 위기의 모퉁이를 돌아 회복 단계로 접어드는 듯하다고 소개했다.
유럽 시장조사 업체 마르키트 이코노믹스는 2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달보다 0.9포인트 오른 53.5에 이르렀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PMI가 50 미만이면 경기침체를 의미하고 50 이상이면 경기회복을 뜻한다.
지난달 유로존 PMI가 호조를 보인 것은 그리스ㆍ러시아 사태 같은 불확실성에도 유로존의 경기회복세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키트 이코노믹스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애널리스트는 "그리스의 채무 위기에도 유로존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지 않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전체로 볼 때 최근 경제상황은 조금 나아졌다. 심지어 제조업에서 수년 동안 실적이 형편없었던 프랑스도 3년 6개월만에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체코ㆍ폴란드ㆍ헝가리 같은 신흥국가는 PMI가 50대 중반에 이를만큼 강력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저유가와 유로화 약세 덕이다.
시티그룹이 집계하는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는 각종 지표에 대한 시장의 전망치(블룸버그 집계)와 실제 집계 결과의 차이를 수량화한 것이다. 플러스면 실제 지표가 전망치보다 좋고 마이너스면 나쁨을 의미한다. 서프라이즈 지수는 경기의 선행지표 성격을 갖는다.
서프라이즈 지수 그래프를 보면 지난해 유로존 경제는 대개 하향 추세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크게 나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유럽 전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를 조금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체코ㆍ루마니아ㆍ폴란드ㆍ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의 성장률이 2%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유럽이 유럽 전체의 경기회복으로 덕을 볼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 나라가 자체 성장동력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흥시장인 이들 국가는 더 성장할 여지가 크다.
유럽의 경기회복세는 최근의 지출 동향에서도 읽을 수 있다. 유로존의 소비자신뢰지수(CCI)는 장기 평균을 웃돌았다. 더 중요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2월 유로존 CCI 확정치가 -6.7로 잠정치 및 시장 전망에 부합했다고 발표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정치ㆍ금융 문제로 시끄러웠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은 피한 듯하다. 끝없이 추락하던 루블화 가치가 반등하면서 러시아 경제의 회복설이 확산되고 있을 정도다.
달러 대비 루블 가치는 지난달 14.7% 급등했다. 월별 상승률로 1993년 이후 최고치다. 루블은 지난해 달러 대비 83% 폭락한 바 있다.
러시아 주식시장의 MICEX 지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26% 올랐다. 세계 증시 상승률 가운데 1위다.
러시아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것은 불안한 휴전협정에도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확실성이 누그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폭락세가 주춤한 것도 호재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고강도 추가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줄었다.
지난해 루블 가치의 급락으로 러시아의 수출이 증가한 것도 경기회복에 한몫하고 있다. 독일 증권거래소 도이체뵈르제 산하 시장조사기관인 MNI에 따르면 러시아 수출 기업들의 지난달 신규 주문은 7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등 유럽 신흥시장의 주식은 미국과 서유럽 시장의 주식보다 저평가돼 있다. 폴란드ㆍ루마니아ㆍ터키ㆍ러시아의 주가수익배율(PER)은 10배를 밑돌고 있다. 서유럽(23.6배)과 미국(18.4배)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배당률은 높아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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