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시가 작년 말까지 거둬들인 지방세는 총 2조5361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보다 15.6%(3471억원)가 늘어난 것인데, 징수해 출납이 마감되는 이달 말까지의 징수 전망액 270여억원을 포함하면 애초 징수 목표인 2조5639억원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채가 13조원에 달해 빚 갚기에 바쁜 데다 매년 세입예산이 법적·의무적 지출 경비보다 부족한 인천시로서는 적지않은 세수를 확보한 셈이다.
그런데 체납액 징수율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인천은 체납액 징수율이 전국 최하위다. 여기에는 타 시도보다 고액·고질체납자가 많다고 한다. 2012년 OCI(옛 동양제철화학) 자회사 DCRE에 부과한 지방세 1727억원을 걷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OCI는 인천지역 향토기업이어서 더 문제다. 지역 소재 기업이 지방세를 체납할 경우 중앙정부가 주는 보통교부세 페널티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인 인천참여예산센터는 DCRE가 2014년도에 지방세를 납부하지 않은 탓에 2015년 보통교부세 불이익이 5085억원에 달하고, 올해도 지방세 체납 시 2016년도에 총 5410억원의 보통교부세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OCI는 영낙없는 고액·고질 체납 기업의 모습이다. 게다가 OCI는 세금 추징이 부당하다며 인천시를 상대로 소송까지 벌여 지역에선 보기드문 거액의 세금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자회사 분할 과정에서 과세관청이 감면해준 지방세를 인천시가 다시 추징한 것은 잘못됐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게 소송의 골자다.
행정소송에 앞서 OCI는 조세심판원에 청구한 부과처분취소 심판에서 기각 처분을 받아 재판결과가 인천시에게 유리할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13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인천시가 패소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OCI쪽으로 급반전했다.
이 소송의 쟁점은 기업분할이 세금 감면 요건에 맞게 적법하게 이뤄졌느냐다. OCI와 DCRE 간 독립된 사업부문을 분할했는지 여부와 자산·채무의 포괄적 승계, 고정자산가액의 2분의1 이상 승계 등 감면 요건을 들여다보는 건데, 재판부는 이 모든 요건들이 충족됐다며 OCI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물론 이번 소송은 최종심까지 가봐야 안다. 인천시가 1심에서 패했다고는 하지만 세정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세심판원의 심판 결과와는 정반대인 만큼 향후 상급심에서 상황은 또 달라질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인천시가 최종심에서 패소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세수확보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고 소송비용에다 이미 DCRE가 납부한 세금 270억여원과 이자분을 포함한 재정적 손실이 따른다. 여기에다 애초 감면해준 지방세를 4년이 넘어 뒤늦게 추징에 나섰다가 소송에서 패할 경우 행정불신도 초래할 수 있다. 해당 기업 입장으로서는 세금을 체납한 부도덕한 회사 이미지에다 신인도 타격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것도 지역의 향토기업인데 말이다.
인천시는 지금 SK인천석유화학ㆍ에너지에 대해서도 DCRE 처럼 기업분할에 따른 세금감면이 잘못됐다며 2700억원 상당의 지방세 추징을 예고하며 세금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재정난을 겪는 인천시가 세수 확충을 위해 대기업을 상대로 무리한 세금추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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