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설 연휴 이후 남북관계가 급랭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이 사실상 무산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겨냥한 북한의 무력도발이 전년보다 2주 앞서 진행되는 등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계속해서 남북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 중단과 군사훈련 중지 등을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면서 우리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홍용표 청와대 통일비서관이 신임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정부관계자는 20일 "홍 내정자가 비교적 합리적인 태도와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좋은 협상 상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내정자가 최근 들어 북한이 대화 상대로 선호해온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또 홍 내정자는 현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의 비서관급 이상 가운데 유일한 통일 분야 전문가로 2년여 동안 근무하면서 박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론'을 역설할 때나 3월 독일 국빈방문에서 '드레스덴 구상'을 발표할 때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2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당시 우리 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측 대표단과의 회담에 참석하는 등 현장 경험도 갖췄다는 평가다.
그러나 3월 초부터 한미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KR) 및 독수리(FE) 연습이 시작되고, 3∼4월 중 유엔(UN) 북한인권현장사무소의 국내 설치가 본격화되면 남북관계는 당분간 지금보다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4월말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뒤에는 남북 모두 광복 70주년 등을 명분으로 관계개선의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9일 미국에 전달한 메시지에서 미국이 올해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임시 중지할 경우 북한도 핵실험을 임시중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그러나 10일(현지시간) 북한의 제안을 '암묵적인 위협'이라고 비난하며 사실상 북한 제의를 거부했다. 북한은 매년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을 겨냥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요구를 일축하며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방어적 성격의 훈련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미는 작년 10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점 재연기 이후 첫 연합훈련인 올해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을 내달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키 리졸브 연습은 지휘소 훈련(CPX)이고, 독수리 연습은 실기동 훈련(FTX) 훈련이다. 한미연합훈련을 임시 중단하면 핵실험을 임시로 중단할 수 있다고 북한이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한 것과 관련해 "핵실험과 한미 연합훈련을 연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 군당국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대화 제의를 거스를 명분이 생기는 만큼 이 기간에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기 힘들다. 당장 북한은 동해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장 고조 행동에 나선 상태다.
이수훈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반기부터 한반도 정세가 파국적 패턴으로 가지 않으려면 북한과 대화는 물론 물밑 접촉까지 시도하는 등 다각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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