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여야 입장차 여전
분쟁조정위, "화해의 효력 인정" VS "재판 받을 권리 침해"
월세전환율, 상한선 법률 명시·산정방식 논란
"특위서 합의 실패하면 기업형임대 등 부동산법안 올스톱"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전셋값이 비수기까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임대차 거래의 절반 이상이 월세일 정도로 월세전환이 가속화하는 등 급변하는 주택시장 속에 주거불안이 가중되자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국회 서민주거복지특위는 지난해 12월 이른바 '부동산3법' 통과 과정에서 합의로 만들어졌다. 여야정이 함께 대책을 논의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주요 쟁점에서는 여야간 견해가 첨예하게 갈려 합의를 통한 대안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특위의 가장 큰 쟁점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여부다. 야당은 임대차시장 안정을 위해 세입자에게 1회에 한해 임대차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셋집을 한 번 계약하면 최대 4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또 재계약 때 전월세 가격 인상폭을 일정비율로 제한하고 임대차등록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시장 혼란과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집주인으로서는 계약시기과 금액 인상여지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미리 전월세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고, 이는 불안한 임대차 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과거 사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1989년 정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고쳐 의무 전세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다. 당시 서울 전세금 상승률은 23.7%, 다음 해에도 16.2%에 달했다.
특위 여당 관계자는 "'부동산 3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특위를 구성했지만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임대차 시장이 어떤 혼란에 휩싸일지 가늠할 수 없어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이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또한 과거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야가 특위를 구성하며 합의처리하기로 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도 견해가 맞선다.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 조정성립시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인정하는 방안이 논란이다. 분쟁을 간이·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강한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린다. 현재 환경·소비자·의료·하자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결정에 재판상 화해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주택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이 41%에 이를 정도로 월세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전세를 월세로 전화할 때 적용하는 비율의 법적 상한선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된다. 현재 최대 8%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미 훌쩍 넘는 경우가 많아 세입자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법률로 직접 전환율을 규정하는 지 여부와 전환율 산정 방식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여야간 시각이 다른 쟁점들이 산재해 있어 자칫하면 특위가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당의 경우 모든 부동산 관련 법안을 특위서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여야 대립으로 특위 가동이 중단될 경우 기업형 임대사업과 각종 규제 완화 법안 등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야는 그나마 주거복지기본법 제정과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대해선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주거 약자의 복지 수준을 강화하고 전체의 5.7%에 불과한 장기임대주택의 비율을 1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다만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 문제와 얽혀 있어 리츠를 통합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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