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골프 해금?"

3일 청와대 국무위원 회동서 "골프활성화 방안 마련하라"

박근혜 대통령(왼쪽에서 세번째)이 팀 핀첨 PGA투어 커미셔너를 만나 2015 프레지던츠컵 명예의장직을 수락하는 장면. 사진=PGA투어닷컴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골프금지령 내린 적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골프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무위원들과 차를 마시다 "오는 10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프레지던츠컵이 열리는데 내가 명예 의장"이라며 "국가 위상 제고 차원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통해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부 김종덕 장관이 오히려 놀라 "정부에서 마치 골프를 못 치게 하는 것처럼 돼있다"고 하자 "그건 아닌데"라며 "모두들 마음의 부담을 가지시는데 모든 게 좀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개별소비세 등 각종 세금으로 부담이 커져 해외로 나가 골프를 하는 사례가 많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거듭 관심을 표명했다.

박 대통령의 골프금지령은 2013년 7월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의 자리에서 "골프를 치라 말라 한 적이 없다"며 "그런데 바쁘셔서 골프 칠 시간이 있겠느냐"라고 말한 게 출발점이다. 골프를 하지 않는 대통령의 의중이 골프금지로 확대 해석된 셈이다. 이날 회동이 공직사회에 골프 해금 분위기를 조성하는 토대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주말 골프는 괜찮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골프계는 벌써부터 기대치를 부풀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불황의 늪에 허덕이고 있는 골프장업계는 과도한 세금에 대한 개선책을, 골프용품업계는 공무원은 몰라도 공기업이나 대기업 등의 골프인구 증가에 따른 시장 활성화를 고대하고 있다. 실제 골프존 주식이 4일 전날 대비 10.8%(2800원)이나 치솟은 2만8800원에 거래됐고, 타이틀리스트 브랜드를 보유한 아쿠쉬네트의 최대주주 휠라코리아 역시 1000원(0.93%) 오른 10만9000원에 거래되는 등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