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발표를 앞두고 주요국 국채금리가 연일 내림세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채권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감내할지 고수익 채권으로 갈아탈지 기로에 서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금리가 제로 밑으로 떨어진 국채 규모는 최근 1조4000억유로(약 1762조908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5000억유로에서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유럽의 평균 국채 금리는 0.86%를 기록 중인데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 금리의 33%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금리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독일·일본 등 대표적인 안전자산 국채만이 아니다. 스페인·이탈리아 같은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 내림세도 빠르다. 스페인의 10년물 기준금리는 1.53%, 이탈리아의 경우 1.67%로 모두 1%대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스페인 국채 금리는 4%에 근접했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국채 시장에서 유럽 핵심국과 주변국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주식 중개업체 민트 파트너스의 빌 블레인 전략가는 "남유럽 국가들의 경우 경제 펀더멘털에 큰 개선이 없는데도 국채 금리가 급락하고 있다"면서 "ECB의 양적완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금리 급등으로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휴지나 마찬가지인 국채를 팔아 치우고 고수익 채권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자금이 꾸준히 유출됐던 유럽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등급 채권) 시장으로 3주 전부터 투자금이 순유입세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통신사 텔레콤 이탈리아를 비롯해 영국 여행업체 토머스 쿡, 네덜란드 케이블 업체 지고 등 많은 기업이 앞 다퉈 정크본드 발행에 나서고 있다.
유럽 채권은 에너지 비중이 적어 최근 유가 급락세로부터 타격을 덜 받는 것도 장점이다.
블룸버그는 ECB의 양적완화가 유로존 디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울지는 의문이지만 자금을 묻어 놓을 안전자산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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