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국채 금리 바닥…규모 예상 못미치면 실망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22일(현지시간)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유럽 주식시장은 일제히 상승했다. FTSE 유로퍼스트 300 지수는 이날 0.2% 오른 1409.92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7년래 최고치다. 최저 환율제 폐지 여파로 급락했던 스위스 증시도 이날 3% 넘게 올랐다.
ECB의 양적완화 규모에 따라 증시 투자자들의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영국 런던 소재 스탠더드은행의 스티브 바로우 주요 10개국(G10) 전략 대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궤도에 오를 때까지 ECB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혀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잠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적완화 규모가 예상보다 적을 경우 ECB의 인플레 목표치 달성은 요원해질 수 있다.
양적완화에 따른 유로 추가 약세와 스위스의 페그제 폐지 여파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는 고조되고 있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돈은 안전자산으로 몰리게 마련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인 0.19%까지 떨어졌다. 독일 5년물 국채 금리는 이미 마이너스로 내려갔다. 투자자들이 손실에도 독일 국채를 매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밖에 프랑스·핀란드·네덜란드·벨기에·오스트리아·덴마크 등 유럽 주요국 단기물 국채 금리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이탈리아·스페인 같은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 역시 모두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영국 투자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마르코 브란콜리니 애널리스트는 "수개월 전만 해도 미국의 금리인상과 양적완화 종료가 시장의 관심사였지만 이제 디플레 우려와 ECB의 돈 풀기로 관심사가 바뀌었다"면서 "금리하락이 가속화하는 등 채권시장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금 시장에 호재다. 스위스가 페그제를 폐지한 뒤인 지난 16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값은 온스당 1280.45달러(약 139만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4개월래 최고치다.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8% 뛰었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7년 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발표가 금값을 끌어올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ECB의 이번 양적완화 조치도 금값 상승을 불러오리라는 것이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글로벌 증시 부진, 낮은 국채 금리, 마이너스 기준금리, 디플레 우려 등 모든 조건이 금 시장에 희소식"이라면서 "최소한 단기적으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뛸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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