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미래 - 교통의 미래
목표치와 거리먼 저상버스 도입률
육아 친화적 교통 고민 필요
지하철 역사 내 수유실도 부족
1~8호선 역사 중 31%만 설치
"맞춤 서비스 제공해야 교통 시스템 발전 가능"
미래 교통을 수립하는 초기 단계부터 '양육' 분야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저출생 시대에 맞춰 '육아 친화적 이동'에 대한 고민이 대한민국 미래 교통의 한 축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사회구조가 바뀌는 속도와 교통 체계의 간극은 여전하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우진씨(35)는 세살 아들과 외출할 때 항상 자가용을 이용한다. 유모차를 끌고 시내버스를 탔다가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봉변을 당한 경험 때문이다. 육아 친화적 대중교통인 저상버스는 부족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저상버스 운행이 가능한 시내버스 노선 중 저상버스가 보급된 비율은 77.6%다. 높은 경사도로 저상버스를 배치하기 힘든 버스노선과 지역을 포함하면 저상버스 보급 비중은 71.8%까지 내려간다. 김씨는 "어린아이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저상버스 도입이 더딘 이유는 대폐차 시기를 측정하지 못해서다. 기존 차량의 영업용 번호판을 떼어내고 새로운 차량에 등록하는 대폐차 시기가 도래하면 기존 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꾸는데, 계획보다 교체 기간이 늘어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폐차 기간에 통상 9~11년이 소요되는데 조례에서 선언적으로 목표를 정하다 보니 실제와 차이가 발생했다"고 했다. 애당초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무리였다는 것이다.
해외에선 저상버스에 유모차 지정석을 두는 등 아이와 부모 입장을 고려한 교통 정책이 등장하고 있다. 독일에선 유모차와 휠체어를 세워둘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된 버스를 운행 중이다. 미국 뉴욕에도 유사한 버스가 있는데, 좌석 두개에 해당되는 공간이 유모차용으로 활용된다.
서울시는 '서울동행맵'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유모차가 이동하기 쉬운 맞춤 길 안내 및 저상버스 예약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인프라 개선이 필수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현실을 명확하게 고려해 목표를 세웠어야 하는데 대폐차 시기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내부에 유모차 보관 공간이 마련된다면 활용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지하철도 편하지는 않다. 노약자와 임산부를 위한 자리가 마련돼 있고 곳곳에 엘리베이터도 설치됐지만 젖먹이 자녀를 둔 부모들은 지하철을 피하게 된다. 현재 서울교통공사가 담당하는 지하철 1~8호선 역사 276곳 중에서 31.1%(86곳)만이 수유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지하철 3호선의 경우 전체 역사 약 17%(6곳)에만 수유실이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용률이 저조하다며 수유실 확대를 꺼리고 있지만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고민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남진 장애물없는 생활환경 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이용률이 낮아 수유실과 같은 편의시설을 더 늘리지 않겠다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며 "수유실의 수를 늘리면서 찾기 쉽고 쾌적한 환경을 마련해준다면 수유실 뿐만 아니라 지하철 이용률도 자연스레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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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이 앱으로 호출하는 시스템이 정착된 택시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눈치보기가 여전하다. 트렁크에 유모차를 싣기도 어렵고, 택시를 잡으러 길에 나서도 택시기사가 유모차를 보면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김 사무국장은 "단순히 사람을 이동시킨다는 1차적인 목표에서 더 나아가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 대중교통 시스템의 발전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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