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자유대학 연구팀, 극단주의에 음모론 강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1969년 아폴로우주선의 달 착륙은 가짜다?
미국 9·11 테러는 내부 소행이다?
뉴멕시코 주 로스웰에서 UFO가 추락한 뒤 외계인을 해부했다?
71억명 이상이 살고 있는 지구.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이 터진다. 그중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건도 많다. 이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론이 있다. 바로 음모론(Conspiracy Theory)이다. 음모론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의 원인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을 때 고개를 든다. 배후에 거대한 권력이나 비밀스러운 조직이 있다고 판단한다. 빠르게 소문으로 유포된다.
사회과학저널인 퍼시픽 스탠더드(Pacific Standard)지는 20일(현지 시간) '어떤 사람이 음모론에 빠져드는가(Who Falls for Conspiracy Theories?)'라는 기사를 실었다. 결론적으로 음모론에 빠져드는 사람들은 정치적 극단주의 성향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고 진단했다. 정치적으로 온건한 사람보다 극단주의 성향의 사람들이 음모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건구조의 핵심, 현실의 정확성과 사실성을 파악하기에 앞서 음모론으로 모든 현상을 해석해 버리는 성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의 얀 빌렘(Jan-Willem van Prooijen) 심리학 교수 연구팀은 20일 음모론과 관련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극우와 극좌 등 정치적 극단주의자들의 경우 경직된 감정에 빠져있고 이로 인해 음모론으로 모든 사회 현상을 해석해 버리는 경향이 짙다"고 설명했다.
음모론을 맹신하는 이들은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에 있어 명쾌하다. 암스테르담자유대학 연구팀은 네 가지 연구를 진행했다. 세 가지 연구는 네덜란드에서, 나머지 한 가지는 미국에서 이뤄졌다. 미국에서는 185명의 참가자들을 인터넷으로 모집했다. 이들 참가자들은 이념적으로 우와 좌로 나눠 일곱 단계로 구분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6개의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최근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음모론 질문이 포함됐다. 예컨대 "최근 금융위기는 은행가와 썩어빠진 정치인 사이의 음모 때문이다"는 질문을 던졌고 여기에 '동의' '부인' 등의 답을 하도록 했다. 예상대로 금융위기에 대한 음모론을 믿는 이들은 정치적으로 극단주의에 있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네덜란드에서는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11단계로 구분되는 우와 좌의 정치적 성향을 보였다. 이들에게는 "이라크에 대한 전쟁을 결정하는 데 있어 석유회사들의 입김이 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참가자들은 '매우 그렇다' '매우 그렇지 않다'의 7단계의 답을 했다.
두 가지 실험에서 암스테르담자유대학 연구팀은 "정치적 극단주의 성향을 보이는 참가자들은 사회적 문제를 푸는데 있어 아주 간단한 해법을 선호했다"며 "그 간단한 해법은 음모론과 연관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음모론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자신의 잣대대로 해석해 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음모론 자들은 복잡한 세상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쉽게 음모론을 통해 자신의 이념과 판단을 인정받기 원하는 사람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번 연구의 한계는 있다. 음모론이 극우와 극좌 등 극단주의에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또 다른 배경에는 바로 정보공개에 있다. 달 착륙과 로스웰사건 등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1급 비밀(Top Secret)'로 분류돼 있다. 많은 사람들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관련 정보를 몇몇 사람과 단체들이 독점하고 있다. 관련 정보가 대중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이런 음모론은 설 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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