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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갑질'과 노동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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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갑질'과 노동소득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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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경제위기설이 분분합니다. 사실 좀 지겨울 수도 있습니다. 짧게는 2008년 이후, 길게는 1990년대 말 이후 경제위기에 대한 전망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요즘 나도는 위기설은 여러 종류입니다. 어떤 이는 주로 부동산을 담보로 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너무 많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지난 정부 이후 급격히 늘어난 공공부문의 부채가 도화선이 될 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기업들이 점점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위기는 벌써 곁에 와 있구나 실감합니다. 요즘 저희 동네에는 문닫는 가게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영업 폐업률이 80~90%에 이른다는 통계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최근에는 폐업 속도가 좀 더 빠른 것처럼 보입니다. 실업자도 너무 많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실업률이 무려 10%가 넘는다는 통계도 최근에 나왔습니다. 특히 청장년층에서 실업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감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일자리의 질도 좋지 않습니다. 어느 날 세어보니, 제가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 일하는 분들 가운데 과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더군요.

저는 국가의 경제 규모가 증가하면 임금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는 경제학자 보울리의 주장을 '법칙'이라고 배웠습니다. 이 법칙은 경제성장에 집중하면 사람들의 노동소득도 저절로 커지니 성장에 집중하면 된다고 속 편하게 생각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수많은 실증연구들(최근의 피케티를 비롯해서)은 이 주장이 그저 순진한 상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혀낸 바 있습니다. 경제성장과 노동소득은 영 따로 놀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이웃의 노동소득에 좀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인간은 어느 정도의 소득이 있어야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물론 경제학이나 경영학은 이 '인간다운 삶'을 그다지 깊이 고민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다양한 '갑질' 소동은 자신이 귀족인 줄 착각하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의 소유자가 적지 않다는 것 뿐만 아니라 노동소득의 불안정성이 인간의 존엄성에 상처를 주고 있다는 점을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최근 아주 엄정한 방법론에 기반하여 노동소득 증가와 경제성장이 서로 밀접한 상호 연관을 갖는다는 주장을 하는 연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제 전체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하락하면 경제성장도 저하된다는 설명입니다. 경제발전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노동 부문으로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경제성장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무르익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론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소득의 증가를 통해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기업의 성과가 좋아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니까요.


물론 노동소득 분배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에는 항상 반론이 있습니다. 임금이 오르면 기업이 일자리를 해외로 옮겨버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좀 더 싼 임금으로 같은 노동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널려 있고, 해외이전이 그 어느 때보다 쉽기 때문에 임금인상은 오히려 실업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지표들은 많은 우리 이웃의 삶이 한계 상황에 봉착해가고 있다는 경고음을 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좀 더 진지하게 검토할 때입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상층부를 형성하는 이들이 일정한 양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탄생시키는 상상도 한 번 해봅니다. '갑질'소동을 시원하게 잊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아시아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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