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대한민국 경제號가 가야 할 방향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희망과 다짐으로 새해를 맞이했지만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있는 경제환경은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당면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타난 현상들과 그 배후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다.

현재 그리고 향후 한국 경제가 직면할 대부분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발생할 것이다. 당장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속히 감소하고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점이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가 특징인 인구구조를 장기적으로 바꾸거나 상당 부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들을 마련해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고령화 문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나 저출산 문제는 우리와 유사한 문제를 겪은 선진국들 사례를 다양하게 검토하여 지혜롭게 풀어 나가야 한다. 저출산은 아이를 낳아 기르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출산부터 육아, 초중등학교 의무교육에 이르기까지 가계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 주어야 한다. 경제구조의 변화로 인해 맞벌이를 해야 하는 가계가 많기 때문에 출산ㆍ육아와 관련하여 여성을 지원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는 연금개혁 문제로 직결된다. 이해 관계자가 많고 갈래를 타기도 쉽지 않지만 지속적 논의와 합의 과정을 거쳐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사안이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너무 급히 가려 하지 말고 숙성된 정책을 만들어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렵게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시작하였으니 기득권의 저항에 밀려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군인연금, 사학연금, 국민연금도 경제와 사회의 변화에 맞게 수정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장기적 과제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과거 사람이 했던 일들을 점차 기계가 하게 되고, 교통과 무역의 발달로 전 세계가 연결되어 글로벌 스케일의 규모의 경제효과가 발생하면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따라서 정형화되지 않고 사람을 위하는 산업, 사람이어야 할 수 있는 산업 분야를 발굴 지원하는 데 힘써야 한다. 그래야 '고용 없는 성장'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발전의 효과를 고루 나누는 구조를 갖추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사고 틀도 투입을 많이 하고 많이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일하고 남는 시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결국 산업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생각과 활동의 틀이 바뀌면 자연스레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고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질 것이다.

경제적 측면의 고려에 추가하여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생각의 전환이다. 한국 경제가 고도 성장기를 지나 성숙하는 단계에 들어선 만큼 사고도 성장 위주에서 벗어나 성숙의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많이 만들어 부를 창출하는 단계를 벗어나 급속히 상승하지 않는 경제적 과실을 서로 어떤 형식으로 나누는 것이 합당한지 고민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자원은 유한하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성장이 둔화하는 경제에서는 '나누는 지혜'가 특히 필요하다. 이를 행하지 못하면 새로운 경제상황에 적응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끊임없는 사회적 혼란으로 혹독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힘든 변화를 이루려면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부터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절대로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정부주도형으로 경제가 성장하여 왔기 때문에 국민들은 정부나 지도층의 행동에 매우 민감하다. 이들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