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벤처캐피털…550개 기업에 투자
10개 이상 유니콘에 초기 투자
하이브·펄어비스·카카오게임즈 10배 이상 수익
무신사·세미파이브·S2W, 올해 회수 기대
LB인베스트먼트는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황금손'으로 통한다. LB인베스트먼트의 손을 거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한 기업이 10곳이 넘는다. 하이브,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국내 대표 패션플랫폼 무신사, 반도체 설계 솔루션 기업 세미파이브 등의 투자 회수(엑시트·exit)를 앞두고 있다.
초기에 과감하게, 이후 후속 투자 '끝까지 밀어준다'
1996년 설립된 LB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은 LG창업투자다. 2000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2008년 LB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LG그룹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의 손자인 구본천 부회장이 이끄는 주식회사 LB가 지분 79.5%를 보유하고 있다. LB는 구 부회장이 최대주주(지분 28.3%)다.
30년 가까운 업력을 보유한 LB인베스트먼트는 그동안 550곳 이상의 기업에 투자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앞장서 왔다. 특히 '선택과 집중'이라는 철학 아래 유망스타트업을 초기 단계에서 발굴해, 성장을 지원하는 전략이 강점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초기 스타트업에 30억~50억원 규모의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 안정적인 기술 개발과 사업 확장을 이끈다. 이후 2차(50억~100억원), 3차(100억원이상)의 추가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이 J커브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J커브는 창업 초반 대규모 영업 적자와 자금 소진을 거친 뒤 J자 모양으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것을 나타낸다.
이 때문에 LB인베스트먼트는 한 스타트업에 대한 누적 투자금이 100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투자 전략은 그동안 하이브·펄어비스·카카오게임즈 등에서 10배 이상 수익을 올리며 그 가치를 증명해왔다.
L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159억원 규모 미래창조LB선도기업투자펀드 20호를 청산했다. 이 펀드로 회수한 금액은 총 2420억원이다. 투자 원금(1090억원)의 2.2배 수준이다. 내부수익률(IRR)은 17%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10년 연속 성과보수를 창출했으며, 최근 5년간 평균 연간 성과보수는 107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장 통해 수십배 회수 '텐배거' 줄줄이 대기
L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4개의 벤처펀드가 만기를 앞두고 있다. 충북창조경제혁신펀드(310억원), LB글로벌익스팬션투자조합(815억원), LB기술금융펀드1호(540억원), 창조경제바이오펀드(101억원) 등이다. 이 펀드들을 활용해 투자한 기업 가운데 '텐배거(ten bagger·투자 시점 대비 10배 오른 자산)'를 기록할 수 있는 곳들이 다수 있어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무신사가 텐배거로 꼽힌다. 2018년 구주 매입 방식으로 무신사에 117억원을 투입한 뒤 후속 투자까지 이어가며 국내 VC 중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무신사는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으로, 기업가치는 5조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LB인베스트먼트의 예상 회수금은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반도체 설계 솔루션 회사 세미파이브, AI 보안회사 에스투더블유(S2W), 뷰티기업 블루존와이드 등이 올해 회수가 기대된다. '한국의 팔란티어'로 주목받고 있는 S2W는 올 하반기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며, 세미파이브도 하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블루존와이드는 지난해 매출이 1000억원 이상 났고, 영업이익은 15~20%로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4개 펀드 중 3개 펀드는 이미 10%대 중반 내부수익률을 기록했고 나머지 한 개 펀드도 잠재 평가로 하면 이미 넘어섰다"면서 "무신사와 세미파이브는 초기 투자부터 진행한 포트폴리오로 이들 회사 모두 5~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00억 대규모 펀드 AI 투자 집중
성공적인 투자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LB인베스트먼트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 바로 주가다. 2023년 코스닥 시장 상장 당시 12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지만, 올해 초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 대비 절반 수준이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상반기 303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인 'LB넥스트퓨쳐펀드'를 결성하면서다. 이번 펀드는 2020년 12월 3106억원 규모로 조성된 'LB넥스트유니콘펀드'에 이어 LB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두 번째 3000억원 이상 대형 벤처펀드다. 회사의 운용자산(AUM)은 창립 29년 만에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LB넥스트퓨쳐펀드는 AI 분야를 핵심 주축으로, 로봇, 헬스케어, 콘텐츠, 게임 등 다양한 AI 밸류체인에 투자한다. 초기부터 후기 단계까지 전주기적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표 펀드 매니저는 박 대표가 맡는다.
이 펀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재명 정부가 'AI 세계 3대 강국' 비전을 내걸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또 '연간 벤처투자 시장 40조원' 공약을 내세우며 벤처·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내세운 것과 맞물리면서다. 이에 LB인베스트먼트의 주가는 6월16일 기준 올 연 초 대비 약 75% 증가했다.
지금 뜨는 뉴스
박 대표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성과를 입증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펀드 역시 목표 수익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