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모두의 갑(甲)이 되는 날이 있다. 국무총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여ㆍ야 대표에 대한상의 회장까지 나와서 중소기업을 치켜세우고 지원을 약속한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2015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각계 인사들은 입 모아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을(乙)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정말 그렇게 될까.
정홍원 국무총리는 "중소기업인 여러분이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성공 모델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달라"면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현장이 있다면 언제든지 함께하면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중소ㆍ중견기업 성장 사다리 강화, 거래 불공정과 시장 불균형 해소, 규제개혁, 유사ㆍ중복지원 조정 등을 제시하며 지원정책을 효율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한껏 몸을 낮췄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중소기업인이 희망을 갖고 사기 충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국회의 임무인데 작년에는 그러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올해는 달라지겠다는 다짐도 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은 "중소기업은 대한민국 기업의 심장으로 우리 경제가 중소기업인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의 99%가 중소기업이며, 이들의 고용 인력이 88%를 차지한다. 중소기업이 강하지 않은 경제, 특히 제조업은 모래 위에 지은 성과 다를 바 없다. 현실은 어떤가. 불황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투자를 하려 해도 은행 돈 빌리기가 어렵고, 대기업의 횡포에도 거래가 끊어질까 항변을 못 한다. 신년인사회에서 쏟아진 약속은 돌아서면 잊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경영전망 조사' 결과에서 중소기업이 처한 어려움이 읽힌다. 올해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58.8%로 호전되리라는 전망(9.4%)을 압도했다. 작년 하반기에 돈을 차입한 곳 중에서 원금은 못 갚고 겨우 이자만 내고 있다는 응답이 66.0%에 달했다. 중소기업인들의 올해 슬로건은 '필사즉생'이다.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것을 넘어서 재도약하는 해가 되도록 정부, 정치권, 대기업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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