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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세상에서 가장 만나기 어려운 '나'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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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버핏과의 점심'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식사다. 한 끼 점심값만 10억원이다. 그러나 꼼꼼히 따지고 보면 비싼 것도 아니다. 당첨자는 모두 7명의 동반자와 함께 갈 수 있다. 8명이 식사하는 셈이다. 1인당 평균 식사비는 1억2500만원. 식사 자리에 참석만 하면 워런 버핏의 '금쪽같은' 투자 노하우는 기본이다. 세계 언론을 통한 홍보는 덤이다. 이쯤 되면 투자비용을 뽑고도 남는다. 워런 버핏을 만나려는 사람이 줄을 서는 이유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만나기 어려운 존재는 누구일까.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 모두 아니다. 가장 만나기 어려운 존재는 내 안에 있는 '나'다. 나는 내 안에 있지만 쉽게 만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나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도 모른다. 이렇다 보니 '민낯'의 나를 찾는 순간,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드물다. '진정한 나'를 만나 세상을 바꾼 이야기가 있다.

삼성을 '신경영' 20년 만에 세계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건희 회장. 이 회장은 1988년 경영전면에 나선 뒤 신경영을 선포한 1993년까지 5년 동안 '운 좋게도' 삼성의 부끄러운 '민낯'을 모두 3차례 보게 된다. 이 회장이 본 삼성의 민낯은 바로 자신의 얼굴이었다.


후꾸다 보고서. 이 회장이 처음 접한 삼성의 민낯이다. 삼성전자는 디자인을 개선하기 위해 일본 디자이너 '후꾸다'씨를 영입, 수원공장에 앉혔다. 그러나 후꾸다는 채 1년도 안 돼 삼성을 떠났다. 그는 사직서와 함께 그간 삼성에 근무하면서 느낀 점을 담은 보고서를 남겼다. 이것이 후꾸다 보고서다. 보고서는 삼성이 얼마나 변화하는 것을 거부하는지, 또 직원들의 생각이 얼마나 고루한지 등을 세세히 적었다. 이 회장은 안타까움에 무릎을 쳤다.

이 회장의 두 번째 민낯은 수원 세탁기공장 몰래카메라 사건이다. 삼성은 1990년대 초반 사내방송인 '삼성브로드캐스팅 센터'를 강화하기 위해 방송국 제작 담당PD A씨를 영입했다. A씨는 어느 날 신형 세탁기 한 대가 금형 잘못으로 뚜껑 뒤틀림이 심해 폐기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자 수십 명의 직원들이 뚜껑을 떼어내 보정하는 얄팍한 술수를 부리는 장면을 카메라를 통해 보게 된다. A씨는 고민 끝에 이 영상을 다음 날 아침 사내방송을 통해 내보냈다. 제목은 '삼성전자를 고발한다'였다. 삼성발 PD수첩이었던 셈이다. 20만명의 '삼성맨'들은 이날 방송을 보면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 회장의 마지막 민낯은 미국 LA방문 때 일어난다. 이 회장은 어느 날 수행비서와 함께 미국 최대 가전 양판점 '베스트바이(Bestbuy)'를 찾았다. 그런데 매장 내 있어야 할 삼성 제품이 보이지 않았다. 이 회장은 매니저를 불러 연유를 물었다. 매니저는 찾는 사람이 없어 제품이 창고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에서는 꽤 잘 만든다는 삼성 제품이 미국 창고에 먼지가 수북히 쌓인 채 처박혀 있다는 사실에 이 회장은 '적이' 충격을 받았다. 이 회장은 귀국 후 이대로는 안 된다며 '신경영'을 선포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도 이때 나온 말이다. 이후 20년 삼성은 영원히 넘지 못할 벽이었던 소니를 제치고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지 못했더라면 아마 오늘의 삼성도 없었을 겁니다." 이 회장을 26년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한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의 전언이다.


2015년 을미년 '청양의 해'가 밝았다. 청양은 일반 양과 달리 진취적이고 빠르다고 한다. 또 적극성도 겸비했다고 한다. 올해 청양의 기상으로 세상을 바꿀 '나'를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영국의 현대예술가 '마크 퀸(Marc Quinn)'. 그는 '자아'를 찾기 위해 자신의 피를 5년간 뺀 뒤, 이것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들었다. 여기에 들어간 피의 양만 4.5ℓ다. 자아를 찾아 떠난 그였기에 세계는 그의 작품에 대해 '손가락질' 대신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영규 사회문화부 지자체팀 부장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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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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