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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마지막으로 한 번?'그러다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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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마지막으로 한 번?'그러다 다친다 허진석 스포츠레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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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따뷔랭은 프랑스의 작은 마을 생 세롱에 산다. 여기서는 어떤 분야에 정통한 기술자가 만든 물건에 만든 사람의 이름을 붙여 경의를 표한다. 예를 들어 안경은 '비파이유'고 햄은 '프로냐르'다. 자전거는 '따뷔랭'이다. 따뷔랭은 자전거에 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자전거포 주인이다. 그런 그에게 비밀이 있다. 비파이유가 비파이유를 쓰고 다니고 프로냐르가 프로냐르를 먹지만 따뷔랭은 따뷔랭을 타지 못한다. 따뷔랭은 어린 시절 자전거를 배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자신이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 자전거에 대해 연구한다. 그 결과 자전거에 대해 '박사'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그가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따뷔랭이 연모하는 처녀에게 비밀을 고백하자 그녀는 놀림받았다고 생각하고 화를 내며 떠났다. 이 상처 때문에 따뷔랭은 끝까지 비밀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따뷔랭은 조신한 간호사와 결혼하여 아이 둘을 낳고 자전거포 주인으로 행복하게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이사 와 친구가 된 사진사 피구뉴가 따뷔랭이 따뷔랭 타는 모습을 촬영하고 싶다고 부탁한다. 어떻게든 피하려 했지만 따뷔랭은 결국 사진사가 골라 둔 언덕에 올라 따뷔랭에 몸을 싣는다. 다음 날 신문에는 따뷔랭을 타고 허공을 나는 따뷔랭의 사진이 실린다. 따뷔랭은 크게 다쳐 병원 신세를 졌지만 유명 인사가 된다. 장 자크 상페가 쓴 '자전거포 아저씨 라울 따뷔랭'은 따뷔랭이 피구뉴에게 비밀을 고백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 얘기를 진작 했어야 하는 건데… 이건 비밀이오… 날 좀 이해해줘요… 내가 할 줄 모르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러면서 따뷔랭은 '별안간 기분이 맑게 개어' 웃는다. 피구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함께 웃는다. 나는 딸이 소개해 주어서 이 책을 읽었다. 다른 독자가 느낀 감동을 나도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최근 딸의 책장에서 이 책을 다시 꺼내 다음 구절을 찾아냈다.

"(따뷔랭의 아내 마들렌과) 친구로 지내는 한 심리학자는 마들렌에게, 격한 운동이 습관이 된 일부 남성들은 일정한 연령에 다다르면 마지막으로 한 번, 평소의 실력을 능가해 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힌다고 설명해주었다. (중략) 그것은 오히려 건강에 좋은 일이라고까지 했다. 이 최후의 쾌거는 이들에게 우울증이라는 통과 의례를 생략하고도 자신들의 신체적 노쇠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럴까. 내 주변에는 요즘 뼈가 부러지거나 힘줄이 끊어져 깁스를 하고 목발 신세를 지는 분이 적지 않다. 대부분 "족구를 하다가 공을 살려내려고 다리를 뻗었는데…" "등산 가서 바위를 뛰어넘는데…" 몸의 어딘가에서 '뚝!'하는 소리가 나더라고 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끝자락을 장식하는 이분들은 따뷔랭처럼 비밀을 숨긴 채 무모한 도전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통과의례는 피할 수 없었나보다. 나도 요즘 '마지막으로 한 번'의 유혹에 시달린다. 나는 지난해 말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철인삼종경기나 마라톤 풀코스에 한번 나가고 싶다"고 했다. 반응은 좋지 않았다. 그 뒤 상페의 책을 다시 읽었다. 책을 덮자 주변에 널린 정형외과 환자들이 눈에 들어왔고 나의 운동 습관을 돌아보게 됐다. 나의 운동량과 강도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 시절과 다름이 없다. 이대로 가면 깁스와 목발을 피할 수 없으리라.

독자 가운데 새해 들어 운동을 시작한 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창때 '날리던' 분도 갑작스럽게 심한 운동을 하면 위험하다. 나이와 몸 상태에 맞게 즐기기 바란다. 마들렌의 친구인 심리학자의 말은 못 믿겠다. 나이 오십 줄에 따뷔랭처럼 만신창이가 된다면 골병이 들면 들었지, 건강에 좋을 리 없다.





허진석 스포츠레저부장 huhbal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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